벼리는 소도입니다.

공교육을 거부하고 대안을 찾아 ‘도망 나온’ 사람들이 만든 소박하고 작은 공동체입니다. 이 소도는 약속에 의해 유지됩니다. 아이들은 벼리회의를 통해 약속을 정하고, 부모님들은 그물코를 통해 약속을 정하며, 선생님들은 교사회를 통해 약속을 정합니다. 모두들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보존하기 위한 약속들을 정하면서 생존공동체를 만들었고, 이후 공동체가 진화하여 의미 있는 ‘가치’를 생산하게 되면서 생활 공동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벼리는 10년을 살아왔습니다.

10년 동안의 약속이 벼리의 철학이며, 이 철학을 바탕으로 한 활동들이 벼리의 문화이며, 벼리의 교육과정입니다.

벼리에는 약속이 참 많습니다.

이 약속에는 어겨서는 절대로 안 되는 약속이 있고, 구성원 간에 합의하여 할 수 있는 만큼 하거나 아니면 하지 않는 약속이 있고, 모두들 그리하였으면 좋겠다는 적극적 의미의 약속도 있습니다.

선착순에 의해 구성된 벼리공동체가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만든,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문화(약속)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입니다.

사교육은 정의도 범위도 구분을 짓기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벼리는 감히 벼리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교육활동을 사교육이라 규정합니다. 벼리의 교육과정이 완벽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의 역사 속에서 벼리교사회는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확신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성을 밝히기’ 위해 ’ ‘자발적 자각’을 바탕으로 하는 ‘즐거움’ ‘긍정성’ ‘당당함’ ‘에너지의 집중’ 이 바로 벼리교육의 경험을 통해 나온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1-2학년에는 풀어내기, 3-4학년에는 자기 찾기, 5-6학년에는 관계 속에서 자기 넓히기를 교육의 큰 흐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큰 흐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이른바 사교육입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부모님이 시키고 싶어서 하는 학교 밖의 모든 교육활동을 저희는 사교육이라고 정의합니다. 벼리는 재능보다는 본성의 회복을 소중히 여기며, 일시적인 호기심보다는 전인적인 경험을 통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초등과정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10년의 역사동안 체득된 벼리교육과정에 온전히 두발 담그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 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미디어 입니다.

미디어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TV, PC, 오락기, 잡지, 만화 등입니다. 미디어는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벼리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주목합니다.

첫째 이유는 미디어의 자극성과 중독성 때문입니다. 벼리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반찬투정을 하지 않고 모든 음식을 잘 먹는 이유는 최소한 학교에서라도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에 자극적인 음식이 맛을 잃게 하는 것처럼 느낌도 생각도 마음도 자극적인 경험이 축적이 되면 아이는 자극적인 것만을 찾게 됩니다.

둘째 이유는 미디어가 건강한 가족문화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화가 부족한 게 현재 우리의 가족문화입니다. 그래서 벼리는 가능한 TV를 보지 않기를 권하고 있고, 가능한 PC도 하지 않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TV와 PC가 건강한 가족문화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면 접하셔도 좋습니다.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셔서 휴식을 하는 정도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일찍 잠을 자야 키가 큰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아이가 일찍 잠을 자야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새날을 맞을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한 TV와 PC를 삼가주시고 부득이 하실 때는 가족회의에서 미디어와 관련한 약속을 정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신입학부모 교육자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