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역] 성경의 이해,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이 구절의 우리말 구문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5절 안에서, ‘너희는 [인용된 본문의] 말씀을 헛된 줄로 생각하느냐’ 하는 주 문장은 그런대로 이해하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인용문 곧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하기까지 사모한다’라고 하는 본문입니다. 여기에 ‘하나님’과 ‘성령’이라고 하는 두 개의 주어가 있습니다. 동사는 ‘거하게 하다’ ‘시기하다’ ‘사모하다’ 이렇게 세 개입니다. 문맥을 볼 때 ‘거하게 하다’의 주어는 바로 앞에 나오는 ‘하나님’입니다. ‘시기하다’의 주어는 역시 바로 앞에 나오는 ‘성령’입니다. 성령이 시기합니다. 문제는 ‘사모하다’의 주어가 ‘하나님’인지 ‘성령’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모하다’라는 타동사의 목적어가 문맥 안에 없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사모하는지도 모호합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거하게 하다’의 사역 동사의 주어가 ‘하나님’이라는 것, 따라서 하나님께서 영을 우리 안에 거하게 하셨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비록 어색하기는 해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하나님이 ooo를 사모한다” “성령이 ooo를 사모한다”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한다”

‘사모하다’라는 동사에 존경을 나타내는 보조어간 ‘-시’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지만, 지금 하나님께서는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성령이 시기할 정도로 사모하신다는 것인지, 아니면 성령이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시기할 정도로 사모한다는 것인지, 현재의 표현 만으로는 모호합니다.

2) [새번역]은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 살게 하신 그 영을 질투하실 정도로 그리워하신다.’ 라고 하는 다른 이해를 반영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모하시는 것은 바로 그가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바로 그 영입니다. 얼마나 사랑하시는가? ‘질투하실 정도로’ ‘질투심을 가지고’ 그렇게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영을 머물게 하셨는데 그 영을 질투심을 가지고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두신 영이 곧 우리라고 본다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인 우리를 질투하는 심정으로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를 사랑하도록 하시고 다른 누구도 우리를 사랑하게 하지 못하게 하신다는 것일까요? 하나님만이 우리를 독점하시겠다는 말인가요? 구약성서에 보면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우리 사람들이 그분 이외는 다른 어느 신들도 섬겨서는 안 되는 오직 한 분 하나님이시니 당신만을 섬기도록 요청하시는 질투하시는 하나님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에서는 거꾸로 그러한 질투의 감정을 가지고 우리를, 우리 안에 두신 영을 그렇게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3) [공동번역]은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심어 주신 영혼을 질투하실 만큼 사랑하신다’라고 번역함으로써 [새번역]의 ‘그 영’에 비해 [공동번역]의 ‘영혼’은 인간의 영혼을 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4) [영어흠정역] King James Version은 위의 우리말 번역들과는 다른 이해를 반영합니다. ‘사모하다’의 주어가 ‘하나님’이 아니고 우리 안에 거하는 ‘영’입니다. 즉 ‘우리 안에 있는 그 영이 부러워할 정도로 사모한다’ The spirit that dwelleth in us lusteth to envy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영이 무엇을 그렇게 사모하는 지는 여전히 설명이 없습니다.

5) 다른 한 편으로 [미국표준역] American Standard Version은 그 영에 대하서는, 우리 안에 있는 그 영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영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 영이 질투심을 가지고 사모한다는 것입니다. the spirit which he made to dwell in us long unto envying.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사모한단 말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모호합니다.

6) [현대영어역] Today’s English Version은 또 다른 이해를 반영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그 영이 강열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혹은 강렬한 열망으로 충만해 있다 The spirit that God placed in us is filled with fierce desires는 것입니다. 무엇에 대한 열망인지가 모호합니다.

7) [현행영어역] Current English Version은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성령을 진정으로 돌보신다.’ God truly cares about the Spirit he has put in us. 라고 번역하였습니다. 결국 이상 일곱 가지 번역을 비교하면서도 속 시원한 대답은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일곱 가지 번역이 저마다 자체의 그리스어 본문 이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새번역]과 [공동번역]의 이해가 그동안 성서공회의 번역 팀들이 잠정적으로 도달한 결론임을 말씀드립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