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까 할머니가 뒷간에 다녀오셨지? 뭣하러 다녀가셨는지 아니?”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똥 누러 갔다 왔지 뭐, 엄만 시시한 얘길 다하네.”
알록이가 말했습니다.
“닭이나 밤똥을 누지, 사람도 밤똥을 누나? 하하하, 그러니까 생각나는 게 있구나.”
어미닭이 웃었습니다.
“뭐가 그리 우스워?”
“다름이 아니고, 이 집 주인 아이, 아까 마당에 오줌 갈긴 그 애가, 식탐을 해싸서 밤똥을 자주 누거든? 그러면 할머니가 닭장 앞에 와서 절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단다……‘닭이나 밤똥을 누지 사람도 밤똥을 눕네까?’ 하면서 꾸벅꾸벅 절을 했단다…… 하하하하.”
“해해해…….”
“히히히…….”
“무슨 웃음 소리가 그러니? 깔깔깔…….”
“무슨 웃음 소리가 그래? 낄낄낄…….”
우리들은 한참 동안 웃었습니다.
“그럼 할머니가 왜 밤중에 뒷간에 다녀와? 닭도 아닌데…….”
노랑이가 물었습니다.
“잿간에 다녀오신거야, 불티가 살아 있는 게 없나 해서…….”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불티?”
우리들이 한꺼번에 물었습니다.
“그래,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살펴본거지. 오늘같이 바람이 이따금 부는 밤이면 재 속에 남아 있던 불티가 되살아나서 불이 나는 수도 있단다.”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수숫대를 엮어 세운 울타리를 흔들며 바람이 또 한차례 지나갑니다.
“……옛날에, 그렇지 옛날에……엄마가 너희같이 어렸을 때…… 잿간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단다. 아니다, 너희들보다 좀 컸었느니라, 날갯죽지가 제법 돋아났을 때니까……그런데 밤중에 잿간에서 불이 났어…… 그 불이 변소를 태우고…… 태웠었지. 우리들은 그냥 오도가도 못하고 엄마 품에 안겨 있었는데, 불이 꺼진 다음 보니 엄마는 불에 타 숨진거야, 우리들을 품에 안아 살리시고서…….”
어미닭이 목메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
“…….”
우리들은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짐승이 사람보다도 낫구나 하시면서 타 죽은 엄마를 안고 할머니가 얼마나 우셨는지 모른단다. 우리들도 울었지 ……주인 할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란다. 병신 아들 둔 죄로, 어미가 버리고 도망간 손주를 키우면서 한이 되어 늘상 심란하단다…… 그래서 한숨 쉬다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면서 몇 번씩 잿간을 둘러보고, 내 등을 쓰다듬어주시고……쯧쯧.”
어미닭이 혀를 찹니다.
“주인 아저씨가 병신인가?”
노랑이가 소곤대듯 말했습니다.
“응, 말을 못해.”
알록이가 대답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할까…….”
노랑이가 혼잣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도 일을 얼마나 잘하시는데…….”
알록이가 말했습니다.
닭장 안에서 수탉이 홰를 치며 울었습니다.
“꼬끼요, 꼭…….”
“날이 새나 보다. 지금 날이 샌다고 우는 저 애도, 나랑 같이 엄마 품에 숨어 있어 불에 타 죽지 않고 살아났지. 이러다가는 꼬박 밤을 지새겠구나. 이제 좀 눈을 붙여라, 응?”
어미닭이 말했습니다.
“알았어, 엄마…….”
알록이가 어미닭 품안으로 기어들며 말했습니다.
노랑이는 이 어미닭이 불에 타 죽고 자기 혼자서만 살아 남는 꿈을 꾸었습니다.
동녘 하늘에 동이 터 오자 말 못하는 주인아저씨가 제일 먼저 일어났습니다.
아저씨는 외양간에서 소를 끌어내어 바깥마당 말뚝에다 매어놓고 풀을 한아름 던져주었습니다.
다음으로 할머니가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지으시는 모양입니다.
맨 마지막으로 아이가 일어나서 닭장 문을 열어놓고, 우리들도 안마당에 내어놓았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