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건강할 때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힘있을 때 생각하라.’는 말을 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지 사람이 기운이 빠져서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보면, 작은 힘이라도 얼마나 절실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사막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사람이 갈증을 느낄 때 한방울의 물이 필요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기 전에는 모를까?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의식이 잠자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생도 문답의 논리를 통해서나 혼자서라도 잠시 생각만 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체험적 지식 experiential knowing, 내면의 지식 inner knowing, 또는 암묵적 지식 tacit knowing을 살릴 수 만 있으면 어린이들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을 어른들이 모르고 있는 이유는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성적 지성 emotional intelligence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식이 잠자는 상태란 사람이 기계처럼 관성/타성 inertia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두고 말한다. 다만 생명체이기에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몸은 움직이는데,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느낌이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를 뿐 아니라 알려고 진지하게 노력도 안 한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힘차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른다. 힘을 쓰기는 써도 어떻게 써야 할 줄을 모른다. 다만 격정에 사로잡히면 그 힘에 좌우되어 떠밀리듯이, 아니면 끌리듯이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며 살아간다. 의지가 결여되어 있는 상태를 드러낸다.

이런 상태에서는 에너지를 어떻게 증진시킬지도 모른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를 모르고, ‘에너지’를 의식하지 않고 사니까, 주체성도 모르고, 삶의 의미나 목적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자연히 본능 또는 욕망에 따라 살거나, 할 수 있는 일조차도 ‘공포’에 짓눌려서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의식이 결여된 인간은 기계나 다름없고, 동물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인간 기계’ human machine 또는 ‘인간이란 동물’ human animal을 생각해보지 않고 산다.

그러나 파워 에니어그램과 에너지의 가능성을 생각하자면, 먼저 ‘인간은 기계다’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두 가지 차원에서 살필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의식은 잠자고, 의지는 박약하거나 거의 없고, 생각대로 아는 대로 살지도 못한다. 더욱이 격정에 따라 하려고 맘먹는 일은 못하고, 안하려고 맘먹는 것은 곧잘 한다. 게다가 겁을 먹으면 하던 일도 못한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자면, 자연으로 산다. 생각도 없이 느낌도 없이 의지도 없이 자연 그대로 잘도 움직인다. 말도 일단 배우면 생각 없이 잘도 한다. 숨을 쉬는 일이나,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 등 모든 일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자동인형 내지는 자동화 기계 automation와 같다. 그야말로 화학공장과 같다.

화학공장처럼 유기체로서 움직이며 일하는 몸에 대하여 스스로 모르고, 에너지가 어떻게 생기는지 모르는 만큼, 에너지가 어떻게 새어나가는지 그 누수 현상과 손실을 모른다. 극단에 이르기 전에는 의식조차 안하고 산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을 생각하면 정교한 3단계를 거치지만 우리는 대개 모르고 산다. 본능적 기계적 수준에서는 자연이 공급해주고, 그것을 받아 변화시키며 살아간다. 자연이 온갖 가능성을 주지만, 변화와 발전은 스스로 해야 하며,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증진시키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참 지식’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르게 쓸 수 있는 사용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이를 수행해 나갈 때 비로소 파워 에니어그램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 때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의식하면 거기서부터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할 뿐 아니라 받쳐주는 힘 supportive power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런 대전제 아래서 다시 시작한다. 의식이 잠자는 상태에서도 몸과 본능은 자연 그대로 움직이고, 기계처럼 작용한다. ‘몸만들기’나 ‘몸다듬기’는 눈에 보이는 만큼 쉬운 면이 있어서 실행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것조차 소홀히 하거나 생각조차 안 한다. 예를 들자면, 과체중이나 비만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운동을 안 한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그만 뛰라고 해도 계속 뛰던 사람들이었는데, 커서는 필요하니까 운동을 하래도 안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의식을 깨우는 일이나 집중하는 일은 거의 못한다. 따라서 지식은 늘어도 실천이나 실행 또는 수행은 못한다. 주로 감정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상황이 심각해지지만 감정 콘트롤을 거의 못한다. 격정에 사로잡혀서 충동적으로 ‘욱’하면, 누구도 못 말린다.

한국인은, 예를 들자면, 외국인들에게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격정적이고, 거칠고, 소리 잘 지르고 잘 싸우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그런데 남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은 참으면서 ‘감정을 억압’하면서 살자니까 자연히 분노나 원한이 속에 쌓인다. 속에 쌓여있는 분개나 분노나 원한이 한번에 터져 나올 때 격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한’恨많은 ‘한’韓민족이란 말을 듣는다. 잘 참는(에니어그램 9번 유형의 속성) 성격이면서도 쌓이고, 또 쌓이면 억제하지 못하고, 여과하지 못하고, 더욱이 승화시키지 못하고, 터뜨리는 형식으로 폭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사고가 난다. 이런 문제를 ‘객관적으로 의식’하면, 이것이 변화하여 우리의 저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에니어그램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분노는 마치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의 전유물처럼 착각 또는 오해를 산다. 그러나 1번 유형에게는 격정으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일 뿐, 내면의 세계에서 특징으로 작용한다. 사실은 이것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원활하게 쓰지 못하는 특징이 가장 뚜렷한 것이다. 나머지 다른 유형들도, 분노에 관한 한 제각기 다른 원인과 동기가 있고, 제각기 분노를 나타내는 빈도, 강도, 그리고 형식이 다를 뿐이다.

2번 유형은 자신의 프라이드가 거부될 때 몹시 화가 난다. 3번은 1등에 실패했을 때, 4번은 흠이 생길까봐 겁이 날 때 화가 난다. 5번은 압도당할까봐 두려울 때, 6번은 불안한 나머지 반항하게 될 때 화가 난다. 7번은 불만이 터져나올 때 불같이 화를 낸다. 8번은 자신의 권위나 영이 서지 않고 지배에 실패할 때 몹시 화를 낸다. 9번은 갈등을 기피하다가 끝내 그 갈등을 표출할 때 드물지만 크게 화를 낸다.

이것이 9번 유형의 참을성 속에 쌓이고 웅크리고 있다가 갈등을 더 이상 못 견디면, 한국인들은 화를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누수되고 손실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고, 이는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에니어그램의 이해를 통하여 개인과 집단의 격정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원인과 동기에 따라서 에너지가 누수 내지는 손실되는가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의식하면, 거기서 저력이 나오고, 특히 그것을 승화시키는 길로 들어서면, 놀랄만한 가능성이 나타난다.

김영운 목사님께서 적으시는 매일의 묵상입니다.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1 : 오늘은 여생의 첫날이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명상 2 : 1. 너 자신을 알라. Know yourself.    2. 아무것도 무리하지 말라. Nothing too much.    3. 매사를 스스로 검증하라. Verify everything for yourself. 명상 3 : 대가를 지불하라. 깨어남, 깨달음, 수련, 이 모든 것을 위하여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Make payment. You must pay for awakening, understanding and working on yourself. 명상 4 :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다.    1. 기계적인 삶에 저항하여 살아야 한다.    2. 기계적인 고난을 희생하라.    3. 자발적 고난을 배우라. 명상 5 : 의식적인 고난만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 명상 6 : 인성은 본성을 에워싸고 있는 껍질과 같다. 명상 7 : 인성(겉사람)과 본성(속사람) 사이의 거리를 점점 넓히라. 명상 8 : 인성은 능동적이고 본성은 수동적이다. 이런 양극성을 역전, 변환시키라. 본성은 능동적으로, 인성은 수동적으로 만들라. 명상 9 : 나날이 새 날이요, 나날이 인생이다. Each day is a new day. Each day is a life. 명상 10 : 인류를 위하여 살아라. Work and live for the human race. 명상 11 : 날마다 부활의 아침! “잠자는 사람아, 일어나라. 죽은 사람 가운데서 일어 서라. 그리스도께서 너를 환히 비추어 주실 것이다.” 엡 5:14 명상 12 : 격정을 대하는 법 세 가지    1. 격정을 꽉 붙잡아라. 피하지 말고, 없애려 하지도 말고, 정면으로 대하라.    2. 관찰하라. 어떻게 발동하는지, 작용하는지 살펴 보라.    3. 격정 속에 있는 최상의 힘, 베스트 에너지를 믿고 신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