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

저는 시골 교회에서 감리교회 속회를 인도하는 일로 섬기는 은퇴 장로입니다. 사람이 없다보니까 저 같은 사람에게도 속회 인도자가 되어 속회공과를 가지고 가르치는 힘겨운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고명하신 목사님들과 학자님들께서 집필하신 공과라고 믿고 싶습니다마는 때로는 성경 본문 이해가 우리 같은 평신도들이 이해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곤혹을 느낄 때도 있고, 심지어는 일반 평신도도 잘 알 수 있는 평범한 성경 본문을 집필자가 오해한 것도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무례한 질문을 하게 된 것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엘리야가 세상을 떠날 무렵 제자 엘리사에게 자기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엘리사가 "당신의 영감이 갑절이나 내게 있기를 구하나이다" ([개역] 왕하 2:9)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다른 성경들도 대동소이합니다.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 ([개정])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새번역])

우리말에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청출어람 靑出於藍이란 말이 있어서, 엘리사가 자기의 스승 엘리야가 가진 능력보다 갑절의 능력을 소유하고 싶어 했다는 말이 이해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법조계 法曹界에 잠시 몸을 담았던 제 경험으로는 비록 성경 원어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우리 번역과 영어 번역에 본문 이해의 차이가 있고, 우리말 번역은 누가 보아도 독자를 오도할 여기가 많다는 것을 느껴 몇 가지 여쭙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스승님, 남기실 영검에서 두 몫을 물려주십시오."라고 번역한 [공동번역] 의 경우는 "갑절"이 아니고 여러 몫으로 나누었을 때의 그 중 "두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어서 [개역]이나 [개정]이나 [새번역]과는 본문 이해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영어 번역들은 막연한 "갑절"이 아니고 여러 개로 나눈 몫 중에서 "두 몫"이라는 의도가 살아 있기 때문에 스승이 지닌 능력의 "갑절"을 요구한 우리말 번역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I pray thee, let a double portion of thy spirit be upon me." (KJV)
"Let me inherit a double portion of your spirit," (NIV)

영어의 "double portion"(두 몫)에서 portion은 "조각", "일부"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한 조각을 주더라도 내게는 두 조각을 달라는 말이니까 전체의 갑절과는 상속 相續이나 증여 贈與와 관련된 법률용어 法律用語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 번역 중에서도 GNB와 CEV는 저의 궁금증을 확 풀어 주었습니다. 그 번역을 한 번 가져와 보겠습니다. 먼저 GNB을 봅니다.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뜻을 번역하면 대강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저에게 선생님의 능력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Let me receive the share of your power that will make me your successor," Elisha answered.) (GNB)

여기에는 능력의 정도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생의 능력을 이어받아 후계자가 된다는 것이 주제입니다. 그런데 각주에 보면 신명기 21:17의 정신에 따라 달리 번역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엘리사는 법에 따라 장남 長男이 아버지에게 유산 遺産을 물려받을 때의 바로 그 몫 the share을 요청하였다." Elisha asked for the share that the first-born son inherited by law from his father.고 번역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눈을 크게 뜨게 합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을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가진 재산이 100인데 아들이 그것의 갑절인 200은 요구할 수도 없고,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그만큼은 줄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본문은 아버지가 유산 遺産을 물려 줄 때 장남에게만은 다른 아들이 받을 몫의 "갑절"을 주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요. 그렇다면 엘리사가 자기의 스승 엘리야에게 요청하였던 것은 엘리야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영적 능력의 "갑절"을 물려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려줄 능력의 몫(portion이든 share이든)에서 엘리야가 장남 長男 격이고, 그의 후계자 後繼者가 되는 것이라면, 다른 제자들이 받을 "몫" (portion이든 share이든)의 배를 요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저의 이런 이해가 영어 번역 CEV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지니신 능력을 저에게 주실 때는 다른 예언자들에게 나누어주실 능력의 갑절을 저에게 주시어서 제가 선생님의 뒤를 이어 그들의 지도자가 되도록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Please give me twice as much of your power as you give the other prophets, so I can be the one who takes your place as their leader. (CEV)

내친 김에 신명기 21:17의 우리말 번역에 대해서도 소견을 말씀드리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번역이 오역이라고는 감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상속이나 증여 관련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순간적이나마 오독을 할 여지가 조금 있다고 생각되어 말씀드립니다. 제가 [개역]과 [개정]과 [공역]과 [새번역]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번역을 좀 조정해 주실 수 없을까 소견을 말씀드립니다. 괄호[ ] 안에 다음과 같은 말을 좀 넣어만 주셔도 일반 독자의 오해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그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인정하여 자기의 소유에서 그에게는 [다른 이들이 받는 것의] 두 몫을 줄 것이니 그는 자기의 기력의 시작이라 장자의 권리가 그에게 있음이니라. ([개역]/ [개정] 신 21:17)

미움 받는 아내의 아들을 맏아들로 인정해 주고 자기에게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 [여러 사람에게 물려줄 때] 그에게 두 몫을 주어야 한다. 그 아들이 자기의 정력에서 난 첫 소생이기 때문에 맏아들의 권리는 그에게 있는 것이다. ([공역] 신명 21:17)

반드시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의 아들을 맏아들로 인정하고, 자기의 모든 재산에서 [다른 이들이 받는 것의]두 몫을 그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 아들은 정력의 첫 열매이기 때문에, 맏아들의 권리가 그에게 있는 것입니다." ([새번역] 신 21:17) "자기의 소유에서 두 몫"이란 것은 자기 "소유의 갑절"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위에서 든 예를 여기에서도 다시 든다면, 죽어가는 아버지가 자기의 재산이 100이라면 어디에서 또 100을 가져다가 장남에게 200을 준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두 몫"이라는 것은 다른 아들(들)이 똑 같이 받게 되는 그 몫의 갑절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왕하 2:9의 번역도 다음과 같이 고쳐 봅니다.

"당신의 [나누어 주실]영감[의 몫]이 갑절이나 내게 있기를 구하나이다" ([개역] 왕하 2:9)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우리에게 나누어질 때 내게는] 갑절이나 있게 하소서" ([개정] 왕하 2:9)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실 때]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새번역] 왕하 2:9)

성경을 번역하실 때 이런 점에서 오해가 없도록 좀 잘 번역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물치거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