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자주 찾아오는
할아버지 있었다.
어쩌다 보면 물끄러미
내 얼굴 바라보는
할아버지 한 분 계셨다.
편안한 얼굴이었다.

깊은 눈, 깊은 주름
하얀 머리에 하얀 수염
마주보는 이, 인자하게 보이는 이
마음 편안하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사람의 얼굴이라는 게
참으로 요상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그 생김생김이다.

지네들 손바닥 두 개 쯤 펴
합친 것만한 넓이에
코 하나 눈, 귀, 둘씩 그리고
입 하나인데
있는 수만큼 보는 때마다
모두 각각 다 다르니
이상하고 요상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잘난 이, 잘생긴 이, 출중한 얼굴
이쁜 이, 못생긴 것, 무녀리까지
길쭉하고 넓적하고
뽀족하고 둥근 것이
웃을 때 남다르고
화낼 때도 볼만하다.
늙어서도 잘생긴 이
젊어서도 잘생긴 이
타고난 복이겠지만
생긴 것은 보통인데
편안한 사람 더러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가끔 오는 할아버지,
어느 날 주인 할머니에게
날 달라고 말을 건다.
날 물끄러미 보는 이더러.
“그 녀석, 맘에 드슈?”
그러고 보니 말을 건 건
할머니가 먼저였구나.
이따금 울 밖에 우뚝 서서는
우리들 노는 꼴 바라보다가
끝내는 내 눈하고 마주치는
눈길을 보았었나,
오히려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건거지.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