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독특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다른 분위기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그것이 큰일인 것 같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날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뿌리를 느끼고 싶어 친가인 칠원에도 가보았고 지금은 외가인 웅천엘 가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에 있는 칠원교회는 손양원 목사님의 아버지가 창립멤버장로이고 우리 할아버지는 처음 안수집사였다. 100년이 넘은 교회이고 선교사들의 자취도 있고 처음부터 역사의 기록이 잘 되어있다. 손양원 목사님의 아버지와 우리 할아버지는 3.1 독립만세를 불러 감옥살이도 하였고 온몸을 던져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교회봉사를 열심히 하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종치기를 자처해 늘 종을 쳤다고 한다. 하도 시간이 정확하여 장터의 상인들의 시계노릇도 하였단다. 어느 날 새벽에 등잔불이 쓰러져 교회에 불이 붙을까봐 몸으로 끄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칠원교회에서는 50년 전부터 교회 벽에다가 역사의 기록을 해놓고 교인들이 그것을 보면서 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이 교회에서 신식결혼을 하였고 어머니는 유치부선생님도하고 음악부장도 하였다. 내가 아기였을 때 부모님들이 밤이나 새벽기도를 갈 때는 나를 포대기에 싸서 앞에 뉘어놓고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나는 여섯 살에 교회를 떠나 거의 70년이 지나서야 동생들을 데리고 본교회를 방문하였다. 역사를 편찬하는 장로님들은 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왜 이제야 왔느냐”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양원 목사님과 두 아들과 함께 우리 할아버지가 나란히 기록되어있는 나무판을 보며 나는 참 기가 막혔다. 이 기록이 이미 50년 전부터 교회 벽에 붙어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어딜 돌아다니며 무얼 생각하며 살았는가? “좀 일찍 나타났더라면 칠원교회 100년사에 우리 자매형제님들이 들어갔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는 장로님들께 “역사는 계속되니까요, 다음 책에요.”하며 웃었다.

주기철 목사님이 순교를 하면서 우리외가는 형제들이 모두 고생을 하였고. 한때 우리 어머니 대에서는 이모나 삼촌, 오촌들이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 드물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를 처음 믿은 증조할아버지로부터 4대째인 우리 대에는 집집마다 목사가 출현하고 있다.

늦었지만 주기철목사의 아들을 비롯하여 가족의 이름으로는 처음으로 웅천교회와 마산 문창교회를 방문하며, 주기철 할아버지의 신앙을 이어가려고 한다. 죽더라도 하나님만 바라보는 신앙이 점점 희석되어가는 이 시대에, 다시 정신을 차려야겠다. 말세에 정말로 예수를 믿는 사람을 찾아보겠느냐? 라는 말씀을 기억하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수를 믿으면서도 돈과 권력, 성공과 출세 등 세상의 가치관을 앞장서서 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때에, 자기 자신의 입으로 하나님이 특별히 불러내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그것은 예수와 함께 고난을 받겠다고 결심하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아닌가!

무슨 인연인지 우리나라 순교자의 두 기둥인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태어난 나에게 하나님은 무엇을 요구하실까? 나는 내가 잘못해서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신앙의 길을 가다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자기의 신앙이 나와 맞지 않거나 내가 하는 말이 자기 양심에 찔릴 때도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나를 밀어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주님 앞에서의 나를 돌아보며 회개할 것을 찾으며, 만일 하나님 때문에 당하는 핍박이 있다면 오히려 감사함으로 당하는 것이 나의 일인 것 같다. 나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이 고난을 받으신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쓴뿌리를 견뎌주라는 예수님의 요구가 있는 것 같다.

교회를 새로 창립하거나 어떤 공동체를 새로 세울 때에는 서로를 조율하기위해 여러 가지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럴 때에 하나님 편에서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겠다. 모두가 ‘선택 받은 사람’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으려면 자발적 고난을 해야 한다. 깨어있음으로, 맑은 의식으로, 자기 비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