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찍 권력에 눈뜬 헤롯

헤롯은 25세에 갈릴리 총독이 되었다. 일찍 권력에 눈뜬 헤롯은 B.C. 4년 70세에 죽을 때까지 45년간 권모술수에 사로잡혀서 산 대표적 인물이다. 평생을 탐욕과 정욕에 빠져서 산 건강하지 못한 #8번 유형의 표본이라 할 인물이다. 헤롯의 내력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하게 되는 인물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찾아오자, 헤롯은 아기 예수 나신 곳을 찾거든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아기 예수를 찾는 데 실패하자 헤롯이 ‘두 살짜리로부터 그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마 2:16)는 영아 학살 사건이 그의 포악성을 여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헤롯은 이 사건 후 얼마 안 가서 세상을 떠났다.

#8번 유형은 주장이 강하고 대결을 잘 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근원을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 엄마와 엇갈린 양가감정을 지니며 자란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보통 어린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그러나 #8번 유형은 엄마의 사랑을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는 못 느끼니까, 뭐든지 자기가 스스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8번 유형인 헤롯은 어린 나이에 일찍 나바테아 왕국의 귀족 출신인 엄마로부터 독립한다. ‘자기 일은 스스로 하자’ 같은 표어처럼 살자니 자기가 약하면, 아무것도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하게 된다. 스스로 강해야 되고, 필요를 채우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생존을 위하여 애쓰며 사니까 본능적으로 ‘적자생존’ 법칙에 강하다. 따라서 이재에 밝다.

언제나 생존과 이익의 문제에 민감하다 보니까 그만큼 파워에 민감하다. 강자가 있으면 측근이 된다. 그러나 때가 되면 도전하여 지배자가 되려 한다. 이길 상황이 아니면 떠난다. 늘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릎을 꿇고 사느니 서서 죽노라’하고 외칠 정도로 굴복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한 영토에 두 영주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될 수 없다.’ 우두머리 기질이 강하여 승부욕과 정복욕이 강하다. 어려서부터 이런 기질을 키워왔기 때문에 욕심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도전과 정복을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고 상황이 녹록치 않으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치밀하게 계산하며 음모를 꾸민다.

실제로 속으로는 약해도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강자로 군림하며 ‘허장성세’를 과시한다. 그런 만큼 우월감과 강자 의식을 갖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스스로 허약한 것을 알기에 열등감을 지니고 살기 쉽다. 불행히도 헤롯대왕이라 불리운 사람은 평생을 이렇게 살았다.

유대인도 아닌 것이 유대인처럼 살아야 했던 헤롯은 이두메아인 이었다. 그래서 유대인보다 더 유대인처럼 살려 하였다. 로마인도 아닌 것이 더 로마인처럼 살려고 몸부림쳤다. 그의 아버지 안티파트로스 Antipater도 어머니도 둘 다 아랍 혈통이었다. 헤롯의 콤플렉스를 더욱 가중시킨 요소였다.

헤롯은 로마에 부역하며 실세를 돕는 일을 하며 살았으나 그의 포악성은 산헤드린 최고회의가 정죄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헤롯은 권력을 강화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인과 아들이 있으나 히르카누스 Hyrcanus 대제상의 조카딸 마리암메 Mariamme 1세와 정략결혼을 하여 유대인의 환심을 사려고 하였다.

2. 강자에게 약한 헤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자에게 약한 사람이 약자에겐 유난히 강한 법이다. 대개 속으로는 약하면서 겉으로 강한 척하려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성향이다. 건강하지 못한 8번인 헤롯이 그런 성격이었다. 약자에게조차 동정과 자비를 나타내면 자신이 약해지거나 허물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서 그렇다. 일찍부터 생존 문제에 민감하니까 실세나 강자에게 민감하여 그들에게 접근하여 환심을 산다. 25세에 갈릴리 총독이 된 헤롯은 로마를 지원함으로써 로마의 지원을 끌어내는 전략이 당연하였다.

B.C. 43년에 그의 아버지 안티파트로스가 율리우스 시저의 살해범들에게 재정적 후원을 했던 일이 발각되어 독살 당하였다. 헤롯은 로마의 지원을 받아 아버지의 살해자들을 처형하였다. 그리고 나서 안토니오 Anthonius와 옥타비아 Octavia- nus를 설득하여 자기 아버지가 강요된 상태에서 시저 살해에 불가피하게 연루되었음을 믿게 하였다. 그 결과 헤롯은 갈릴리의 분봉왕으로 로마에 의하여 책봉되었다. 그때부터 안토니오와 절친한 친구가 된 헤롯은 하도 손바닥을 비벼서 ‘지문이 다 달아서 없어졌다’는 말을 들을 만큼 안토니오에게 충성하였다.

B.C. 40년에 당시 로마제국의 라이벌인 파르티아 Parthia의 지원을 받은 안티고누스 Antigonus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로마로 도망쳤다. 그는 안토니오의 도움을 받아 로마 원로회의에 호소하며 파르티아에게 밀릴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거기서 헤롯은 ‘유대의 왕’으로 선출되었다. B.C. 37년에 로마의 지원을 받아 유대를 탈환하여 안티고누스를 처형하고 유대의 왕권을 회복하였다.

생존전략에 강한 헤롯은 강자에게는 약하여, 필요하다면 굴욕을 참으면서라도 복종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절치부심하며 참는다. ‘무릎을 굻고 사느니 서서 죽노라’하고 되뇐다. 그러나 이런 심정을 억누르며 최강자에게 접근하여 스스로 최강자가 될 기회를 찾는다.

권력지향적인 인물은 정상에 오르기까지 어떤 어려움도, 심지어 수모도 참으며 지낸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격정에 사로잡혀 억누르던 수치심, 모욕감 등이 분출하며 복수심이 발동한다. 권력을 잡기 위하여 안토니오 같은 실세에게 아부할 수도 있었고. 유대인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강자로 의식하면 본색이 나타난다.

안토니오와 옥타비아누스가 시저의 권력을 계승하기 위하여 갈등이 생겼을 때 헤롯은 안토니오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저 유명한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오가 B.C. 31년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였을 때, 헤롯은 옥타비아누스를 찾아가 자신이 누굴 지원했었는지를 고백하고 그의 용서와 인정을 받았다. 팔레스타인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데는 헤롯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옥타비아누스 때문에 살아났다.

헤롯은 현대감각으로 말하자면 마키아벨리스트적이며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평소에 정의를 주창하지만 필요에 따라 뒤집기 쉬운 까닭은 권력과 이해관계가 늘 앞서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약한 만큼 약자에게 강한 것은 동전의 양면일 수밖에 없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할 수 있을 때 내면의 안정이 이루어지고 의연하며 아량이 커진다. 헤롯은 이렇게 될 가능성을 스스로 저버리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