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례 님께,

귀하의 질문을 받고 저는 이번 글의 제목을 ‘여호수아가 침략전쟁에서 승리하였을 때, 이스라엘 안의 자중지란 自中之亂이 그친 것인가, 아니면, 가나안원주민의 이스라엘 멸시 蔑視가 그친 것인가?’라고 한 번 잡아 보았습니다. 성경을 퍽 집중해서 읽으시는 성실한 정독 精讀 독서에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개역]이나 [개정판]의 역사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번역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한 때나마 번역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송구함을 금치 못합니다. 아마 귀하께서 [새번역]을 보셨더라면 이해는 쉽게 하셨을 줄 압니다.

[새번역]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새번역] 수 10:21
여호수아의 모든 군대는 막게다 진에 있는 여호수아에게 무사히 돌아왔다.
○ 그 땅에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혀를 놀려 이스라엘 자손을 헐뜯지 못하였다.

의미가 분명하지요? 다만 21절 하반절 下半節이 새로운 단락으로 구분된 것이 예사롭지는 않지만요. 여호수아기1) 10장 21절이, 상반절 上半節 21a에서 한 단락이 끝나고, 하반절 21b에서 새 단락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하반절 시작에 원문에 없는 ‘그 땅에서는’ 이라는 말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본문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목적에서 번역자가 첨가한 말입니다. 첨가하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첨가했더라면 의미가 더 정확히 전달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땅에서는 어느 민족도 감히 혀를 놀려 이스라엘 자손을 헐뜯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영어 번역 중에서도 이런 노력이 반영된 번역들이 있습니다.

TEV Js 10:21
Then all of Joshua's men came back safe to him at the camp at Makkedah.
No one in the land dared even to speak against the Israelites.
그 때 여호수아의 모든 군대는 막게다 진에 있는 여호수아에게 무사히 돌아왔다. 그 땅에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혀를 놀려 이스라엘을 헐뜯지 못하였다.

CEV Js 10:21
The Israelite army returned to their camp at Makkedah, where Joshua was waiting for them. No one around there dared say anything bad about the Israelites.
여호수아의 군대는 여호수아가 기다리고 있는 막게다에 있는 자신들의 부대로 무사히 귀대했다,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혀를 놀려 이스라엘 사람들을 헐뜯지 못하였다.

저는 지금 귀하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귀하께서 [개역] 번역을 보시고서, 여호수아의 군대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는 아무도 전쟁을 주도한 호전적인 자기 백성을 비난하지 않았다고도 생각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실 수 있습니까? 여호수아 영도하의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주전론 主戰論과 반전론 反戰論이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시는 것 아닙니까? 전쟁에서 이기고 나니까 반전론이 주전론을 더 이상 헐뜯지 못했다는 것인가요? 놀랍습니다. 귀하와 같은 생각이 반영된 번역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어 칠십인역입니다.

LXE Joshua 10:21
And all the people returned safe to Joshua to Makeda; and no one of the children of Israel murmured with his tongue.
백성이 막게다에 있는 여호수아에게 무사히 돌아왔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어느 누구도 제 혀로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민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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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이 난 김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주제와는 무관하니까 여기 각주에서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귀하께서는 몇 차례 “여호수아서 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책을 저는 지금 “여호수아기 記”라고 적고 있습니다. 기독교경전인 성경전서 聖經全書를 구성하는 66권의 책을 낱권으로 적을 때는 각 책의 성격에 따라 “-기 記”, “-서 書”, “-지 誌”, “-편 篇”, “-언 言”, “-가 歌”, “-록 錄” 등 책의 내용과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이름이 붙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저자의 이름을 딴 책들은 주로 “-서”라고 부릅니다. 신약의 사도들의 서간이 그러합니다.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등이 그렇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딴 책들, 곧 그 주인공에 관하여 적은 책들은 “-기”가 붙습니다. 룻기, 사사기 士師記, 열왕기 列王記, 욥기 등이 그러합니다. 에스라나 느헤미야에 “-서”나 “-기”를 붙인다면 당연히 “-기”가 붙습니다. 책 “여호수아”는 그 책이 여호수아의 저작이 아니고, 그에 관한 기록이기 때문에 “여호수아기”라고 합니다. [새번역]의 책이름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