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2011	목차 (2011년 1월호, 제179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연재동화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영혼의 논리와 언어

영혼의 종교(The Soul's Religion) (83)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토마스 무어 지음

최근에 나는 가족과 함께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부활절 철야제에 참석하였다. 동굴처럼 깊숙하면서도 당당하게 보이는 성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제단 가까이 높이 솟은 지역은 사진기자들을 위하여 줄을 쳐놨는데 교황이 입장하실 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수많은 추기경들과 고위 성직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웅장하고도 화려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교회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성례전은 소박하였고, 그것은 세계의 어떤 다른 교회에서와도 같았다.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히 첫째로 꼽히는 이 의식을 시골의 작은 수도원에서 행했더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바로크 양식의 성당 안에서 교황의 명성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속에서도 교회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가능함을 지켜보는 것도 기쁨이었다. 나는 물론 이런 의식의 소박함 이면에 냉혹한 정치와 권위주의가 감추어져 있음을 잘 안다. 바로 회칙과 심판을 내리는 그 자리에서 또한 불편함도 느꼈다. 그래도 진정한 교회가 그 실체를 어둡게 하는 켜켜이 쌓인 역사의 대결을 통해서도 밝게 빛나는 것이 가능함을 또한 믿는다.

1902년 여름에 자신의 유명한 일지에 글을 올리면서, 미국의 저명한 시인 윌리스 스티븐스 Wallace Stevens가 바로 이 영역을 탐구하였다. 그 문장이 워낙 풍부하고 타당하여서 그 주요 부분을 여기에 인용하고 싶다.

지난밤에 나는 울적할 때면 종종 찾아가는 성 패트릭 대성당의 어두운 수랑(십자형 건물의 날개 부분)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내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해묵은 논쟁은 세상에서 진정한 종교적 힘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 그 자체라는 점이다. 즉, 대자연의 신비스런 부름과 그에 대한 응답 말이다. 늘 애쓰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교회를 얼마나 쉴 틈 없이 불평들이 가득 메우고 있나,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내가 걸으며 생각해 볼 때, 결국은 포맷의 갈등이라기보다 오히려 대조로 보인다. 대성당 안에서 나는 신의 현존을 느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또 다른 현존을 느꼈다. 두 다른 신이 스스로를 드러냈다. 그리고 다만 구름 속에 있는 듯하지만, 각기 그 신들의 비전을 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그 둘 사이의 뚜렷한 구별을 느낀다. 내 속의 사제는 한 성당에서 신에게 예배하였고, 시인은 사랑에서 또 다른 신에게 예배하였다. 사제는 자비 Mercy와 사랑 Love을 예배하였고, 시인은 아름다움 Beaty와 힘 Might을 예배하였다. 교회의 그늘에 앉아 나는 수많은 남녀의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무 그늘에서는 인간적인 것은 하나 없는 모든 것에 신과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회중 속에 앉아서 꿈을 꿀 때만, 반짝이는 제단이 내 오관에 작용하여 자극도 주고 위로도 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들판과 숲 속을 힘차게 걸으면서 나는 보이지 않는 신을 모든 나무 잎과 풀잎이 드러내며 또 나타내 보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 부드러운 글은 나에게 종교와 교회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안겨 주었는데, 그중에서 시인이 대성당에 앉아서 꿈을 꿀 수도 있고, 제단의 그윽한 현실을 느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그는 교회와 자연 사이의 간격을 지나 자기 방식으로 명상할 수 있었으며 각기 나름대로 신을 계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언어로 말하자면, 그는 종교의 영혼을 발견하였고, 자연과 교회라는 두 다른 장소에서 그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이제 제3의 장소를 제시하고 싶다.

교회 Church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Ky- rios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 단어는 성가대가 부르는 성찬 예전 성가 ‘키리에 엘레이손’ Kyrie eleison으로 크리스천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키리오스 Kyrios는 sirs처럼 경칭이지만 더 강한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또한 여성 명사 Kyria도 사용했는데 교회의 본질은 아니마 anima라 할 수 있는 여성적 경향을 띌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Kyrios/a는 당신 “thou”라 칭하는 부정관사이며, 교회는 그렇기에 사람들이 신의 현존을 감지할 수 있는 장소나 상황을 두고 하는 말 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신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덜 공식적인 의미에서 교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건물일 수도 있으며, 신성을 불러일으키는 시점을 향하여 먼 길을 가게 되는 신성한 건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그런 곳에서 벌어지는 종교 의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식은 조심성과 적절한 자세를 가지고 행해져야지 안 그러면 단지 메시지를 얻는 수단에 불과하다. 교회는 또한 사람들의 모임일 수도 있다. 예수께서 일찍이 말씀하기를 “두 세 사람이 모이는 곳에 나도 거기 그들 가운데 있다”고 하였다. 이제 제3의 선택으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사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신의 현존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 뭔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생기는 것이 있다. 그 집단 위에 느껴지는 영이 다가와서, 사람들은 자기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성역 Temenos에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 다름 아니라 진지한 목적으로 함께 모인다는 의지 그 자체에 의해서 형성되는 거룩한 장소의 의미이다. 함께 모임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공동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이는 곧 그 자체로서 충분한 영적 표현이며 또한 종교의식과 가르침을 위한 효과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각자는 신성을 불러일으킬 능력이 있는데, 우리가 함께 모일 때는, 이 잠재력이 공동체의 형태로 표현될 수도 있다. 각 가정에서 그리고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서 기도를 하거나 단순히 자신들의 삶에 대하여 성찰할 때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키리아 Kyria는 공식적인 종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임 그 자체가 충분한 형태가 된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평화 집회에 여러 해 전에 참가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교회였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 가족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도 그렇다. 그것도 역시 교회다.

모이는 것은 불교 영성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불교의 삼보에는 불, 법, 승, 곧 부처 자신과 달마 즉 가르침과 승가 셋이 포함된다. 불교에는 승가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스님들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역시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목적을 가지고 함께 모이는 공동체이다. 모이는 것에 대한 예수의 언명에 대하여 코멘트하며 틱 낫 한 Thich Nhat Hanh이 말하기를 “수련 공동체는 온갖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가르침이 대중에게 전달되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믿기에 이는 결코 피상적인 암시가 아니라 오히려 바로 공동체의 원형이 영성생활의 주요 부분을 형성한다는 인식이라는 것이다. 내가 참가했던 그 평화 집회는 모자람이 많았으나 그렇더라도 그것은 강력한 영적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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