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유증이 영하의 날씨만큼이나 매섭습니다. 격앙된 분위기가 다소 진정된 것 같아 보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날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한 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이사야의 꿈 이야기를 반면교사로 삼고 싶습니다. “말일에 여호와의 전의 산이 모든 산꼭대기에 굳게 설 것이요 모든 작은 산 위에 뛰어나리니 만방이 그리로 모여들 것이라.”(사2:2) 이사야는 지금 국난의 한복판에서 장차 이뤄질 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이, 세계만방이 우러러보는 평화의 도성이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어쩌면 당대 사람들은 이사야의 꿈 이야기를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살길을 찾는 게 더 급하지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하지만 다급하다고 허겁지겁 하다보면, 살길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불속으로 뛰어들기 십상입니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이사야는 역사를 짧게 보지 않고 참으로 멀리 본 사람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 사람입니다. 돌이켜 보면, 예언자들이 말하는 미래의 꿈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오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예언자들은 미래를 앞당겨 산 사람들입니다. 만일 ‘정치’라는 말을 좋은 뜻으로 쓴다면, 사람들이 힘의 논리만을 앞세울 때, 예언자들은 ‘정치’로 해결할 방법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평화는 ‘하나님의 정치’로 수렴되는 말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연일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평화적 해결을 말하는 이들을 마치 이적행위라도 하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입니다. 현명한 나라는 전쟁 중에도 적과의 대화를 끊지 않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거꾸로만 달려갑니다. 그러면서도 미국 의존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사야 시대도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이사야는 평화를 말하며, 적에게로 향해야 할 시선을 백성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야곱의 족속아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빛에 행하자”(사2:5)고. 지금이야말로 백성들이 죄악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와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사야가 전쟁을 불러들이는 악의 실체를 외면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악의 본질을 직시했기에 백성들이 올곧게 사는 것만이 악을 이기는 길로 여긴 것입니다.

사도 바울에게서도 같은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평화를 증언하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예수까지 죽인 자들입니다. 지독하게 배타적인 자들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대적”하는 자들이요, “자기 죄를 항상 채우는”(살전2:15-16) 자들입니다. 바울이 이처럼 유대인들의 죄악을 적시한 것은, 복음이 ‘세상의 빛’이 됨으로써, 자기 죄를 쌓는 자들에게는 항상 공격 대상이 되어 왔음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권력 뒤편에 숨은 어둠의 실체를 들춰내고, 거짓에 묻힌 진실을 밝히고, 불의 가운데서 정의를 외치고, 부자들의 횡포에 맞서 가난한 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복음은 ‘세상의 빛’이고, 공격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복음이 과연 이런 빛이 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우리가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합니까? 아니면 거부해야 합니까?”(눅20:22) 예수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낸 유대인들의 간계는 정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만일 ‘내야 한다’ 하면 동족을 팔아먹는 자로 매도할 참이고, ‘내지 말라’ 하면 반역자로 몰아붙일 참입니다.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인간은 어리석게도 자기가 만든 덫에 스스로 걸려듭니다. 그들은 항상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들입니다. 사람들이 전쟁을 자초하는 것은, ‘예’ ‘아니오’ 외에 다른 답을 부정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운명을 옭아매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인간의 간계에서 나오지 않고,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 가운데서 나옵니다. 미국의 뒷배나 믿는 호전적인 사람들과, 일부 지도자들의 마초기질 때문에 이 땅을 살육의 피로 물들여서는 안 됩니다.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은 평화를 무너뜨리려는 자들보다 강한 정신력과 높은 도덕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평화를 바란다면, 상대가 호전적일수록 더욱 확고한 평화 의지로 무장해야 합니다. 이사야의 말대로 “여호와의 빛에 행하는 자”로 무장한 나라는 아무리 못된 적이라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