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흔히 나라의 대동맥이라고 한다. 도로가 발달하지 못한 나라는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환자와 같다. 피가 잘 돌지 않은 나라가 건강할 리 없다.

모세가 2백만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으로 여행하던 시절의 도로 사정은 어떠했을까.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는 기록을 보면, 그들이 길을 따라 여행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동북쪽으로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가 시내산을 거쳐 요르단 쪽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사람의 통행이라고는 거의 없는 무인지경이었으리라.

그들은 이 길 없는 길 위에서 40년을 헤매었다.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백성들은 먹을 물이 없다고 불평이었고, 이렇게 배를 채우기조차 힘들다면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 노예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지도자를 향해 아우성쳤다. 빵이 없는 자유보다는 빵이 있는 부자유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낮이면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 때문에 행군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고, 밤이면 뚝 떨어지는 사막 특유의 기온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민족의 이주를 원치 않는 여러 부족들의 저항은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더욱 멀게 만들었을 것이다.

원망과 불신, 배신과 도피로 점철된 그들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 여러 금지규정이 만들어지고 의무규정이 정해진다. 십계명이 주어진 것도 이 광야생활을 통해서였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나 그들을 궁극적으로 이끌었던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규정과 제약 때문이 아니었다. 불만투성이였던 백성들의 원성이 십계명으로 인해 잠잠해진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끌어간 것은 그들에게 제시된 꿈이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꿈이 그들의 척박했던 광야생활 40년을 견디게 해준 것이다. 가나안으로 가자. 그곳의 골짜기와 산에서는 지하수가 흐르고, 샘물이 펑펑 솟아나고, 밀과 보리가 자라고,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가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다. 올리브기름과 꿀이 생산되는 그곳은 먹을 것이 풍성하다. 들에서는 쇠를 얻고, 산에서는 구리를 캐낼 수 있다. 너희는 하나님이 너희에게 주신 좋은 땅에서 배불리 먹고 주를 찬양할 것이다.

희망, 그렇다, 그들을 이끌어간 것은 희망이었다. 희망이 있었기에 숱한 곤란과 역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희망이 없으면 곤란을 이겨낼 인내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희망과 인내는 정비례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희망과 기대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노예에 준하는 대접을 받으며 자그마치 4백여 년을 신음하며 살았다. 영토도 주권도 없는 슬픈 노예민족에게 꿈과 희망이 주어진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자.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 땅에서는 모든 자유와 평화가 주어진다. 그것이 그들을 40여 년 동안 움직여 온 원동력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생활 40년은 우리들 자신의 인생 역정을 상징한다.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거듭나지 않고서는 누구도 천국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한다. 척박한 광야와도 같은 우리의 마음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변화의 여정에는 여러 가지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 홍해가 가로막고 있고, 여리고 같은 장벽도 무너뜨려야 한다. 배고픔과 목마름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날 불신앙의 마음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넘어서지 않으면 복된 땅은 주어질 수 없다. 시련을 넘어서면 반드시 복된 땅이 주어지리라는 믿음을 앞에서 끌어가는 에너지로 삼고, 인내하는 마음을 뒤에서 미는 에너지로 삼아야 목적지인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다.

복된 땅으로 가는 길은 멀 수도, 가까울 수도 있다. 가난하고 겸허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의 소유자에게 그 길은 고속도로로 뚫려 있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 불신앙으로 뭉친 마음의 소유자에게는 그 길이 멀 수밖에 없다.

시련은 까닭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정교한 계획이다. 그러니 어떠한 시련이라도 나 자신을 거듭나게 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그럴 때, 시련은 더 이상 시련일 수 없다. 복된 땅에 이르기 위한 안내 표지판이 된다. 희망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결코 멈출 수 없던 저들처럼, 이제 또다시 대망의 한해를 기꺼이 맞이하며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걷고 또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