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문안 인사드리며 나누고 싶은 덕담은 ‘우리가 이룬 성실한 사회’입니다. 모두 함께 땀흘려 이룬 경제 발전과 더불어 세계 속에 위상을 높인 국가에 대하여 그리고 세계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른 기간 안에 성장한 교회,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빛이 나는 인재들, 이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지난해에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힘이 커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연합 EU, 인도 그리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FTA을 체결하였으며, 수출 규모는 세계에서 일곱째로 큰 나라가 되었고, G 20 정상회의를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으로 치루기도 하였습니다.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딸들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남아공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태극기를 드높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였습니다. 한류 붐도 여러 나라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 마음 한켠에 묵직한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만큼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산뜻한 느낌이 들지 못하는 것은, 바라는 만큼 소통과 통합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내건 ‘공정한 사회’가 빈말처럼 겉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영성의 시각으로 보자면, 교회가 정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 역시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된 원인을 들자면 교회가 정직하지 못한 것이 원죄라 생각합니다.

현대신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트뢸치 Troeltsch가 말한 바에 의하면, 사회의 탁류를 걸러내지 못하면 교회 안에도 그것이 밀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특정 종교 인구가 절대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서면 그 종교의 윤리나 가치관이 그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통찰은 오늘 우리의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교회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먼저 ‘교회는 누구인가?’를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이다.’ ‘교회는 신도들의 친교 Koinonia이다.’ ‘교회는 선교하는 사람 내지 선교할 태세를 갖춘 신자이다.’라고 하는 뜻을 떠올립니다. 이런 뜻을 두고 예수는 ‘너희는 땅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금은 땅에서 녹아야 맛이 나고, 빛은 덮고 있는 됫박이나 박스를 벗겨내야 빛을 비추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교회는 그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나 인식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정직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한스 웨버가 말한 대로 신자인 ‘소금’을 담는 ‘소금병’으로서의 한국교회는 크고 화려하지만, 그 소금이 짠 맛을 세상 속에서 내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모이는 교회로서 한국교회는 충실한 데 비하여 흩어지는 교회로서 짠맛을 내고, 빛을 비추는 선교공동체로서는 한참 모자랍니다. 교회가 집합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선교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그것대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자 개개인의 삶의 자리에서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선교와 봉사에 눈을 뜨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정체성과 연대성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교회간의 협력을 원활하지 못하게 하며, 개교회 중심주의에 빠진 것은, 교회의 정직하지 못한 또 다른 면입니다 .

성실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선교공동체가 책임을 인식하려면, 신자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하고 교육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흩어져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에서 선교적 사명을 다하는 일입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정의, 평화, 인권, 복지, 환경 등을 위하여 일하는 ‘선교사’가 되도록 하는 일에 최우선적 가치 Priorities를 두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신자들이 모이는 교회를 성실한 공동체로 이루려면, 그들이 사회 속에서 기초공동체를 이루는 성원인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를 성실하게 만들려는 인식과 자각을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직한 교회가 성실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덕담을 한마디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성실한 사회가 이루어졌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