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창의적인 지도자 느헤미야

‘꿈은 혼자 꾸면 꿈이고, 여럿이 꾸면 현실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나오는 창의력이 여럿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공유하게 되면, 그 꿈이 비전이 되고, 그 비전이 실현된다.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평소에 어떤 일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창의성이 나타나면 그 힘은 더 커진다.

어려서부터 상상력이 풍부하고 꿈을 잘 꾸던 #7번 유형이 그 꿈에 창의력을 더하면 비전으로 발전한다. 아는 것이 많고 지식과 정보에 큰 에너지가 합하여지면 계획을 실현하게 된다.

느헤미야는 고국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예루살렘 재건의 꿈을 꾼다. 수사에서 시작된 꿈은 귀환하는 먼 여정에서 비전으로 발전한다. 마침내 귀환 후에는 현지답사를 하고 실행 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성벽과 성전 수축을 포함하여 예루살렘 재건 사업을 추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느헤미야의 창의성이 번득인다. 수사에서 왕의 윤허를 받는 일에서부터 성벽을 쌓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독려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면까지 살피며 관리한다.

주변의 숱한 방해와 난관에 부딪혀도 고난과 고통을 수동적으로 견디거나 적응하며 생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돌파하고 개선하며 전진한다. 창의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피폐해진 상황에서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원하기는 하면서도 타성에 젖은 삶에서 탈출을 못한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때 불평불만을 드러낸다. 느헤미야는 그들의 고충을 창의적으로 처리하며 지도자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준다.

고통받는 민중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는 고통 분담에서 탁월하다. 여기에는 지도자의 창의성과 용기를 바탕으로 한 결단이 필요한 법이다. 느헤미야는 민중의 ‘울부짖음과 탄식을 듣고’ 의분을 느낀다. ‘그들이 울부짖는 내용을 신중하게 살핀 다음에, 귀족들과 관리들에게 어찌하여 같은 겨레끼리 돈놀이를 하느냐고 호되게 나무랐다’(느 5:6-7).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느헤미야의 창의성이 나타난다. 지도층의 반발과 음해를 차단하며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즉시 대회를 소집하고 백성들 앞에서 귀족들과 관리들이 따를 수밖에 없도록 말한다. 도탄에 빠져 있는 ‘백성에게서 이자 받는 것을 그만두자’는 것과, ‘받는 비싼 이자도, 당장 돌려주자’는 것과 ‘자기들이 약속한 것을 서약’하게 하였다.

느헤미야는 그 끝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 서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이 그 집과 재산을 이렇게 다 털어 버리실 것입니다.’ 그러자 ‘거기 모인 모든 사람이 ‘아멘’하며 주님을 찬양하였다’(느 5:13). 느헤미야는 상상하기 어려운 개혁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스스로 총독으로서 녹을 받지 않기로 결단하기에 이른다.

평소에 신실하게 살며 민중친화적인 삶을 살던 지도자도 권력자가 되면 민중으로부터 고립되거나 멀어지기 쉬운 법이다. 오만과 탐욕에서 자유롭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기와 창의성이 배합된 지도자 느헤미야는 귀족들과 관리들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청렴성을 높인다. 스스로 ‘무임봉사’를 실행하면서 누구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고결한 지도력을 보인다. ‘노블레스 오블리즈’를 창의적으로 실행한 지도자의 본보기이다.

4. 맑은 정신의 느헤미야

개혁을 단행하면서 느헤미야가 올리는 기도 속에는 그의 정신과 영성이 깊게 배어있다. ‘나의 하나님, 내가 이 백성을 위하여 하는 모든 일을 기억하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느 5:19). 하나님께 인정받을 일을 하겠다는 느헤미야의 맑은 정신과 깊은 영성이 묻어나는 기도라 하겠다. 사람들을 의식하고 인기에 영합하거나 자만과 허영에 빠지는 것과 거리가 있다. 스트레스도 자기과시도 이겨내는 절제의 힘이 있음을 본다.

열정이 많고 낙천가이며 다재다능한 #7번 유형은 넘치는 에너지까지 겸비하였으나 탐닉하고 몰두하다가 쉽게 싫증을 느끼고 방향을 바꾸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느헤미야처럼 맑은 정신으로 비전과 목표에 집중하면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경지에 이른다. 맑은 정신 sobriety을 살리는 경지에 이르면 중용과 절제의 미덕을 한껏 살리게 된다.

무릇 격정이란 열정과 에너지의 오남용에서 비롯되며 작동한다. 그러므로 열정을 맑은 정신으로 절제하면 창조적 열정과 에너지로 분출되기 마련이다. 느헤미야에게서 만나는 높은 수준의 지도력의 진면목이다. 카발라 Kaballah 영성의 핵심 요소인 전통과 혁신의 조화가 빚어내는 창의성과 맑은 정신을 지닌 느헤미야는 하나님 사랑과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는 마음을 하나로 알고 살았던 것 같다.

오늘날 지성과 영성의 조화를 말하는 것도, 분별력과 결단력의 배합 Combination of Discernment & Commitment을 찾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절제와 중용을 갖추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에니어그램 영성수련의 목적이 거기 있다고 할 것이다.

고통받는 민중의 삶과 고난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느헤미야의 컴패션 compa- ssion은 신앙과 기도의 구체적 표현에 다름이 아니다. 스스로 지도력의 패러다임을 세우면서 동시에 지도력의 공유를 위하여 각 분야의 지도자들을 세운다. 권위주의적인 authoitarian 지도자가 아니라 권위 있는 authoritative 지도자의 모습이다.

끊임없이 개혁하며 더 나은 삶을 향하여 꿈을 실현해나가는 느헤미야는 현실을 직시하며 3차로 귀환한 사람들을 가족별로 등록시킨다. 통계는 통치와 정책 수립의 기초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제국의 총리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리면서도 지나침이 없는 지도력의 소산이다. 사회 현상과 신앙생활의 현황을 파악한 느헤미야는 제도 개혁에서 생활 개선에 이르는 정의를 실현한다.

맑은 정신의 지도자 느헤미야는 의식을 맑게 하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집중하며 과단성 있게 전체를 갱신한다. 저 유명한 수문앞 광장에서 대회를 열고 백성에게 율법을 읽어주고 학자 에스라로 하여금 해설하며 가르치게 한다. 이로써 초막절의 재발견과 그 의미를 새롭게 심화시킴으로써 친교공동체를 새롭게 강화시킨다. 죄책고백에서 친교 회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제도개혁과 영성갱신과 회복을 도모한다.

무엇보다도 맑은 정신의 지도자로서 느헤미야가 드러낸 중용과 절제의 지도력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로 나타났는데 그 상징적인 일이 바로 초막절의 재발견이다. 역사와 전통을 재발견함으로써 고난에 동참하는 공동체를 회복시켰다. 말씀의 나눔에서 사랑의 나눔으로 발전시켰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기는 변화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와 역사의 변화를 일으킨 느헤미야는 ‘이 모든 것을 돌이켜 본 뒤에, 언약을 굳게 세우고, 그것을 글로 적었으며, 지도자들과 레위 사람들과 제사장들이 그 위에 서명’(느 9:38)하게 하였다. 스스로 결단할 뿐 아니라 모든 지도층이 함께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공동체 결의로 언약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