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가운데 요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나라는 인물은 앗시리아 수도 니느웨 사람 12만 명이 재앙으로 죽는 것보다, 잠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박 넝쿨을 더 소중하게 여긴 사람입니다(욘4:10-11). 하나님께서 자기 원수를 사랑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푸념한 사람입니다. 시쳇말로 남의 불행을 오락거리 정도로 여긴 소인배입니다. 하나님께서 불러 쓰실 정도로 딴은 큰 믿음을 지닌 사람일 텐데 심보는 올챙이 창자만도 못했나 봅니다. 바빌론 포로 후기에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이들은 편협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이방인을 극도로 혐오했습니다. 바빌론 포로 후기에 귀환한 사람들이라면, 남이 수고한 밥상에 뒤늦게 숟가락만 올려놓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초기에 귀환한 사람들이 온갖 고생을 마다 않고 폐허로 방치된 조국을 수습하여 어느 정도 안정시킨 다음에 귀환한 사람들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제 몫의 수고는 남들이 했는데, 선민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허위의식과 위선적인 충성심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요나서는 이렇게 뒤틀린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민족을 초월하는 세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요나만큼이나 뒤틀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입니다. 예수께도 이들은 항상 질타의 대상이었습니다. 한번은 예수께서 이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비유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눅18:11-12) 바리새인은 하나님께 기도한 게 아니라 자기 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시 예수님의 눈에 비친 바리새인들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세리는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의 불결함에 전율하며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18:13) 바리새인은 자신의 믿음을 세리와 비교한 반면, 세리는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자신을 누구와 비교하느냐는 중요합니다. 요나는 자신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보지 않고, 원수 나라인 앗시리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 보았습니다. 만일 그가 자신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봤다면, 자기 또한 하나님께 죄인이고 원수임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만일 그랬다면, 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는 백성을 자기에게 원수라는 이유로 배척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의 참혹한 대지진을 우상숭배하고, 돈 좋아하고, 불순종하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로 말한 교회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만일 하나님의 경고가 맞는다면, 일본의 대지진과 방사능 오염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했을 것입니다. 남·북 관계는 어떻습니까? 북한을 함께 살아야 할 동족으로 보지 않고, 원수로만 대응함으로서 평화의 길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요나가 따로 없고, 바리새인이 따로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만 사랑하고, 우리민족만 사랑하시는 줄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요나를 빼닮은 정신상태일 것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꼭 맞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히12:12-13). 사는 날들이 고통스럽고, 곤고한 일이 많을 지라도, 그 핑계로 빗뚫어지게 걷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리가 부러졌어도 곧바로 걸으라는 격려요, 죄 짓고 남 탓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남의 불행을 보면서 오히려 자기 의를 내세우는 이들을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죄의 치명적인 독성은 남의 불행을 자기 의로 포장하는 위선일 것입니다. 자기는 온갖 고약한 짓을 가리지 않으면서 남의 허물에 반색하고, 좌파타령이나 일삼는다면 이 또한 같은 부류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을 주님의 삶에 비춰보고,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비춰봐야 합니다. 그래야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기도 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하나님 앞에서 죄인임을 자각할 때, 그때 비로소 내게는 용서 못할 원수일지라도, 변함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