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8/2015

 

 

 

 

 

 

 

 

 

 

 

 

  공동체 만들기

 

막차 안에서

 

 

 

 

 

 

 

 

 

 

 





김달환

목사
은혜교회
kimdal826@daum.net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 동네로 가는 막차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아침마다 아이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치열하다. 조금만 늑장을 부리면 학교에 늦기 때문이다. 어쩌다 차를 놓치면 내가 학교까지 태워다 주어야 한다. 그때마다 귀찮아하며 아이들을 야단친 것이 떠올라 괜히 미안한 맘이 들었다. 버스를 기다려 보니 차를 놓치고 마음고생을 했을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버스가 왔다. 운전기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자리에 앉았다. 막차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6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쌀자루를 머리에 이고 차에 타려고 했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려다가 조금 더 가서 차 뒷문을 열고 그곳으로 타도록 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굳이 앞문으로 타려고 쌀자루를 이고 앞문 쪽으로 달려왔다. 운전기사는 뒷문으로 탈 수 있도록 다시 차를 조금 앞으로 당겨서 멈추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굳이 앞문으로 타려고 또 앞으로 왔다. 운전기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앞문을 열어 주며 할머니에게 인사했다.

“할머니, 뒷문으로 타시지 그랬어요. 짐이 있는 것 같아서 일부러 열어드렸는데요.”

그때 할머니가 그냥 “기사양반 고맙소.”라고 했으면 버스 안은 따뜻했을 것이다. 차 안에 모든 사람이 흐뭇한 미소로 그 장면을 아름답게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입에서는 퉁명스런 말이 나왔다.

“아니, 시내버스는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리는 것 아니오?”

말은 맞는 말이었다. 시내버스는 앞으로 타고 뒤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그러나 늦은 밤 외진 곳에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이고 타는데 선의를 베풀었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할머니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뒷문으로 타면 또 뭐라고 그럴 게 아니오?”

선의를 무시당한 운전기사는 화가 나서 할머니를 향해 계속 핀잔을 늘어놓았다. 이에 질세라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요즘 기사들은 친절하지가 않다며 고발해야 한다고 화를 돋우었다. 운전기사는 더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하고 차를 멈췄다. 잠시 감정을 추스르는 것 같더니 할머니의 계속된 힐난에 참지 못하고 뒷좌석에까지 와서 싸울 기세였다. 바로 곁에 있던 나는 참으로 황당했다. 더 이상 두었다간 큰 싸움이 될 것 같아 황급히 일어서서 기사 분에게 참으시라고 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기사님이 호의를 가지고 하신 일을 잘 알고 있으니 그만 운전석으로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할머니에게도 기사분이 선의로 배려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태는 수습되었지만 감정은 금방 식지 않는가 보다. 운전기사는 운전을 하면서도 얼굴이 잔뜩 부어 있었고, 할머니는 애꿎은 나를 붙들고 계속해서 험담하는 말을 하셨다. 잠시 후에 할머니가 내리고 버스 안은 이내 조용해졌다.

개와 고양이는 감정 표현이 다르다고 한다. 개는 기쁨을 표현할 때 꼬리를 높이 쳐들고, 고양이는 꼬리를 내린다고 한다. 개는 슬프거나 두려울 때 꼬리를 내린다. 그런데 고양이는 꼬리를 높이 올린다고 한다. 서로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이다. 내가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을 상대가 악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대를 배려한 행동이 오히려 상대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날 나는 가까운 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서 상대의 선의를 잘못 받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소통되지 않아서 생긴 오해의 불씨가 자꾸 커져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내게 선의가 담긴 몸짓을 하는 이의 호의를 기꺼이 받을 줄 알고, 나 또한 매사에 누군가를 대할 때 선의가 담긴 언행을 한다면 나와 내 주변의 삶의 자리는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 상대의 선의를 기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를 갖는 것은 그와 나를 소통하게 해주고, 삶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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