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015

 

 

 

 

 

 

 

 

 

 

 

 

  오늘을 바라보며

 

일상과 치유

 

 

 

 

 

 

  어느 하루에 담긴 모든 것

 

 

 

 





한선영



목사
심리상담센터 치유공간 느낌 대표
nukim12@naver.com






 


집에서 10분 거리의 일터에 출근하기 위해 차를 탄다. 차의 앞뒤 범퍼가 여기 저기 흠집이 있는 것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며칠 전 치료자교육 멤버인 에이스(별칭)가 내 기타를 보고 기타를 잘 닦아줘야 오래간다는 말을 한 것이 떠오른다. 퍽! 퍽! 휙! 내가 차를 운전하거나 물건들을 다룰 때 나는 소리들이다. 이런 소리들이 어느 순간부터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차가 아프다고 하는 소리, 기타가 아프다고 하는 소리처럼 말이다.

출근. 지난 일요일 상담실 3주년 행사에 받은 꽃바구니가 시들해져 있다. 하나로 뭉쳐있을 때는 면면이 잘 보이지 않던 꽃들을 5묶음으로 분리하여 여기 저기 장식을 한다. 이걸로 오전 시간을 다 써서 허탈함도 살짝 스쳤지만 그보다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공간을 가꾸고 장식하는 것은 나에게 창조적인 놀이이자, 쉼의 시간이다. 내가 퍽 좋아하고 즐기는 이런 시간을 갖고 나면 결과적으로는 일에도 집중할 수 있는 뒷심이 생긴다. 놀이의 창조성은 곧 일의 생산성이다.

잘 놀았으니 이제 처리할 일들을 한다.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낸다. 방학에 진행하는 그룹상담들로 부쩍 마음에 고삐가 당겨진다. 해마다 그렇듯이 홍보도 중요한 일이지만, 또 그만큼 숙박상담의 특성상 먹고, 자고, 씻는 일상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부자리, 공간, 먹거리들에도 마음이 많이 간다. 이런 저런 일들로 전화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전화하는 동안 자꾸 왼쪽 다리에 힘을 주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알아차려지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잠시라도 몸에 힘을 뺀다. 다른 누구를 살리는 것,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호흡과 내 존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 자신을 놓치는 순간, 특히 상담은 생명력을 잃는다. 균형을 잡고자 하는 내 마음이 반갑다.

오늘은 개인상담 한 케이스가 있다. 상담 전에 하는 나의 간단한 예배는 종을 울리는 것이다. 데엥~ 종소리가 상담실 공간에 울리면 왠지 이 공간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스물여섯의 앳된 여성 H가 상담실로 들어선다. 오늘로 7회기 째다. 상담 사례 유형은 시대를 반영한다. H는 엄마의 자살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누군가를 갑작스럽게 떠난 것에 대한 감정은 처음엔 슬픔이라기보다는 불안과 충격과 더 닮아있어 보인다. 오늘 H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처음으로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H의 엄마와의 이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할 수 있는 일’을 망설이지 말고 쭉쭉 뻗어가며 실현하는 것도 성장이지만, ‘할 수 없는 일’은 그 유한함과 무기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파하는 것도 성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감정의 에너지가 컸던 상담을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애기엄마 강(별칭)의 전화. 내가 편애를 한다면, 애기엄마이면서 상담을 하거나 목회를 하는 여성들일 것이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나를 실현하고, 동분서주 일을 해오면서 이것도 저것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나의 경험이 작용하는 감정이다. ‘나는 없고, 엄마인 나만 있다.’는 강의 말이 안쓰럽다.

저녁밥을 먹고 부랴부랴 남편을 따라 심방을 간다. 7명의 교회 식구들이 모였다. 소박한 멤버인 교회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요즘 특별한 감정이 들어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쓸쓸함과 성숙함, 또 활기찬 모습만이 아니라 나약한 모습으로도 서로 함께할 수 있다는 관계를 배우는 곳. 교회는 건물이나 신앙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집에 오니 팬티 바람으로 후드득 하용이가 달려와 안긴다. 주용이는 어슬렁 느릿 나와서 오른손을 반갑다고 흔든다. 예전에 더 꼬맹이들이었을 때 너무 예쁜 마음에 안 컸으면 했던 적이 많았는데, 또 지금은 ‘지금이 가장 예쁘다’. 지금이 가장 예쁘지. 지금이 모든 것이지. 지금이 전부고, 그러니 지금이 가장 좋은 때, 가장 아름다운 나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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