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015

 

 

 

 

 

 

 

 

 

 

 

 

  말씀과 삶의 뜨락

 

야곱을 통해 본 한국교회 신뢰의 위기

 

  말씀과 세상(91)

 

 

 

 

 

 

 

 

 





하태영

목사,
삼일교회.
htyyoung@hanmail.net






 


오늘날 한국교회가 배출한 나라 안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야곱을 다시 보게 됩니다. 창세기가 모두 50장인데, 그 가운데 야곱의 이야기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걸 보면, 창세기에서 야곱의 위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조상으로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말합니다만, 아브라함이나 이삭의 이야기에는 신화적인 요소는 강해도 인간적인 고뇌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다릅니다. 야곱은 인간실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은 특별한 인간이기보다는 보통 인간입니다. 보통 인간인데 좀 억척스러운 인간입니다. 야곱의 삶은 한마디로 치열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희열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삶의 현장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이지요. 그리하여 야곱은 풍파 많은 삶을 통해 신앙의 참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야곱은 부자가 됩니다. 이제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고향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날의 죄악이 야곱의 고향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야곱에게 얍복강은 생사의 분기점이 됩니다. 이때도 야곱은 그 영리함을 발동해서 갖가지 묘수를 만들어냅니다. 에서의 환심을 사려 하기도 하고, 에서에게 자기가 두려운 존재로 보이도록 하기도 하고, 에서를 제압시킬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합니다. 이때의 야곱은,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에서의 용납을 하나님께서 자기를 축복해주시는 조건으로 삼은 것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야곱은 얍복강 가에 홀로 남습니다. 지난날 지은 죄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러면서도 오직 홀로 해결해야 하는 양심의 문제, 신앙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밤을 새우며 천사와 씨름했다는 것은(창 33:26), 야곱 자신이 심각한 내적 갈등과 분열을 일으켰음을 짐작케 합니다. 마침내 그는 천사를 이기는 자가 됩니다. 승리자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창세기 설화자의 야곱에 대한 진술에 시선이 멈춥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 환도뼈로 인하여 절었더라”(창 32:31).

이때까지 야곱은 이기적이고, 간사하고, 냉혹했으며,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부도덕했습니다. 부도덕했다고? 사람들은 대체로 사기, 협잡, 음탕, 간음, 방탕 등을 부도덕의 대명사로 여깁니다. 하지만 믿는 이들에게 부도덕은, 호세아가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부부관계로 은유했듯이,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양 다리 걸치고 사는 게 바로 부도덕의 전형입니다. 그 어느 쪽도 신실하지 않고 자기 욕망대로 이용하는 삶이라서 그럽니다. 지금까지 야곱이 거둔 승리가 그랬습니다. 동시에 그에게 닥친 시련 역시 부도덕한 삶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랬던 야곱에게 얍복강이 절벽으로 다가온 것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부도덕한 방식으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절망 앞에서 자신의 삶을 전환하기 위해 환도뼈가 부러질 정도로 몸부림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게 됩니다. 야곱은 그때까지 거둔 성공에서 평화를 누린 적이 없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적도 없습니다. 그의 얼굴이 빛난 적도 없습니다. 그랬던 야곱의 얼굴에 빛이 비쳤습니다. 다른 사람과 싸워서 이긴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긴 것입니다. 형 에서가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야곱이라는 분열된 인간이 치유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배출한 상당수의 인물들이 나라를 평화롭게 못하는 것은 부도덕한 삶 즉 신뢰의 상실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이전의 야곱처럼 살면서 성공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교회 안의 행태는 더할 나위 없이 선량해 보이는데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 안에서의 삶은 온통 냉혹함과 후안무치에 도무지 정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회로부터 냉소밖에 돌아올 게 없습니다. 달리 묘수가 없습니다. 얍복강 가에서 환도뼈가 부러질 정도로 몸부림치며 돌아선 야곱처럼 변해야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세상을 화평케 하는 이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곱의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교회에 그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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