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015

 

 

 

 

 

 

 

 

 

 

 

 

  편지로 띄우는 말씀

 

우리는 해방되었는가?

 

 

 

 

 

 

 

 

 

 





이은재


목사
산돌학교교장
성서공동체연대 대표
kszukero@hanmail.net






 


해방 70년이 다가옵니다. 8.15를 기다리며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해방되었는가?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 문화 심리적으로도 우리는 아직 해방되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해방 70년은 곧 분단 70년이기도 합니다. 휴전은 하였지만 아직도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눈 채 싸우는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긴장 속에서 혈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인간애도 저버려야 하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안보장사가 여전히 통용되는 그런 나라입니다.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좌빨’(혹은 ‘꼴통보수’)이라는 낙인만 찍으면 누구라도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좌-우의 대립은 한국사회의 양극화로 고착되어가고 있습니다. 낡아빠진 정치적 좌우 대립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고착시킨 주범입니다. 지역갈등과 국론분열은 물론 문화, 성별,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차별이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모든 차별의 뒤에는 자본이 숨어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정당화하는 자본은 끝없는 무한 증식으로 국가를 집어삼킬 만큼 커졌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사회가 기업의 권력이 국가에 우선하는 ‘기업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결코 국가처럼 국민이나 복지와 같은 가치를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최대목적은 이익입니다.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국가나 국민은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메르스와 삼성병원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미래사회는 유로 Euro와 같은 몇몇 초국가 형태의 경제블럭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런 속성은 오늘 우리 사회의 성격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고 하면서도 분배에 실패하여 중산층은 사라지고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젊은 세대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이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와 확대되는 고령화 사회는 부메랑이 되어 젊은 세대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미래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 댓글문화에서 보듯, 갈등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공격은 우리사회의 병든 소통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공격성은 두려움의 표현입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사회는 이렇게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불름버그가 보도했듯이 한국사회는 항우울제가 필요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이런 사회경제적 진단은 우리는 아직 해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해방은커녕, 분단은 고착화되고 고통은 심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남과 북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과 자본의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이 있습니다. 해방은 이 싸움에서 승리할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성서는 참된 해방을 ‘평화’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 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율법 조문과 규정을 모두 폐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여 유다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또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원수되었던 모든 요소를 없이하셨습니다.”(에페2,14-16)

평화는 해방의 기초이며 과정이요 결과입니다. 양극에 서있던 유다인과 이방인의 모습은 오늘 양극화된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법조문과 규정으로 비난하고 정죄하여 원수가 되게 했습니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좌빨’도 ‘꼴보’도 우리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적 허상입니다. 이 허상을 거두어내면 거기에 참이 있습니다. 참은 우리는 ‘새 민족’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새 민족에는 이 땅에 더불어 사는 나그네도 포함됩니다.

평화는 둘을 한 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새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남남북녀가 자유롭게 만나 혼인하여 아이들을 낳을 때, 다문화 가정에서 탄생한 아이들의 얼굴에 함빡 웃음꽃이 필 때, 자본이 아닌 사랑으로 하나가 될 때, 우리가 꿈꾸던 해방은 다가오고 인간의 자녀들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서 진정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고 물신이 위협하는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하느님이냐 재물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해방 70년을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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