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기러기는 우리네 생활과 정서속에 그 이미지를 깊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든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 같은 동요와 가곡을 통해서도 우리와 친숙한 새들입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기러기가 보기 좋게 떼를 지어 북녘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봄이 가까운 것을 아는 지혜도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까치는 특히 우리나라 국조 national bird로 지정되어 있다 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젠가 까치는 익조가 아니라든가, 머리가 안 좋다든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불편한 심기가 일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조류 연구의 결과로 까치가 머리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나라 새 national bird로 지정된 과정이나 배경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내심 놀라운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머리는 좋다는 까치가 어째서 행동 반경은 십리 안팎에 불과하며, 저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새가 되었을까? 자못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머리도 좋고 마음도 좋기가 어려운 것은 사람에게 그런 것처럼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일까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한편, 기러기는 까치에 비하여 몸집도 훨씬 크지만, 그들은 수천 수만리를 떼지어 날아다니며 행동 반경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넓히며 살아갑니다. 무리지어 날아갈 때 맨 앞장 선 기러기는 대장이 아니랍니다. 공기 저항이 가장 심하기에 그가 지치면 뒤로 자리바꿈을 하여 다른 새들의 날개짓 때문에 생기는 부력에 의하여 힘들이지 않고 날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서로 번갈아 가며 리더쉽을 공유하는 기러기들은 공동체성이 높음과 동시에 저력이 크고 행동 반경은 한없이 넓습니다. 아열대에서 한대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조건의 큰 차이도 뛰어넘는 도전과 적응의 능력 또한 큽니다.

한국인이 머리 좋고 기가 센 것은 알 사람은 다 압니다. 뭐든지 한다고 맘만 먹으면 하는 저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자타가 공인합니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할 만큼 어디를 가든지 한국인의 활동상을 볼 수 있는 만큼 행동 반경도 넓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른바 IT 강국에서 BT 강국으로 나아간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러나 까치와 기러기의 비유가 자꾸만 머리 속에서 맴도는 것을 어쩌질 못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자체가 조국 모독이 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만, 까치는 기러기에 비하여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반면에 기러기는 공동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침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머리가 좋으면서도 자기 밖에 모르면 행동 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머리가 웬만해도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면 삶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동물과 조류의 행태를 보면서도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항차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 그 가운데서도 머리 좋고 기가 세기로 이름난 한국인들이 어째서 마음은 좁아서 이기적이고 공동체성이나 공동체 의식은 약하다는 말을 들을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작금에 벌어지는 정치 난맥상을 보거나 종교 지도자들마저 이기심이나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된 듯 ‘총체적 난국’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실 아닌 비현실 unreality를 보며 기러기의 비유를 아픈 가슴으로 끌어안게 됩니다.

온 세계가 무대가 된 듯이 산다 하여 행동 반경이 넓어지는 것이 아닌 줄 압니다. 의식의 공간이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랑의 원이 확장되어야’ 진정한 해방의 공간에서 살게 되는 것임을 뼈저리게 되새깁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융통성을 살리는 것이지, 지키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왜곡이요 타락입니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공동체의 복지와 번영을 최우선적으로 살리기 위하여 법과 원칙을 목숨처럼 지킬 때에 참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 넓혀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