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08

 

 

 

 

 

 

 

 

 

 

 

 

  편지로 띄우는 말씀

 

'문제는 신뢰야!'

 

 

 

 

 

 

 

 

 

 





김영운 목사

공동체성서연구원장,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kimyo120@hanmail.net






 


현대의 성격 에니어그램의 태두라 할 나란호 Claudio Naranjo는 사회의 에니어그램 Enneagram of Society을 논하면서 ‘중핵 문제’ meta-problem를 거론합니다. 삶 속에는 ‘문제 상황’을 조성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현상적인 문제들의 심층부 중심에 있는 이른바 핵심 문제를 무엇보다 깊이 인식하고 파악하여 이것부터 해결해야 나머지가 풀린다는 말입니다. 광우병과 미친 소,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일파만파로 번져가면서 문제를 점점 키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풀겠다고 제시된 해법이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하는 2008년 여름의 한국 사회를 보면서, 어느 때보다 중핵 문제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문제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뜻을 찾아서, 그 뜻을 존중해야 합니다. 원형 심리학의 지혜와 사회 에니어그램으로 설명하는 ‘중핵 문제론’은 실상 맥을 같이 합니다. 그동안 해법을 찾느라 온갖 노력들을 기울여 왔지만, 지금의 형국은 ‘고장난 버스’ 같기도 하고, 온통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는 태풍의 눈을 찾듯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믿을 신 信자입니다.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불신 不信을 하여 상황이 벌어졌는데, 국민이 느끼는 배신 背信감은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믿어달라고 신뢰 信賴만 역설하다 보니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화급한 것이 대통령의 신뢰 회복입니다. 사람 人과 말씀 言이 같이 있어야 信이 됩니다.

믿음의 문제가 이토록 심각하게 된 뿌리는, 힘이 잘못 쓰여지기 때문입니다. 힘이 잘못 쓰이면 어떤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기고 충돌이 일어나고 대결 국면으로 치닫게 됩니다. 갈등이 심각해지면, 거센 바람에 나부끼는 가지와 깃발만 보이고 뿌리는 보지 못하게 됩니다.

국민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은 허망한 구호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하겠다고도 하였고, 한없이 낮은 자리에 ‘겸허하게’ 살겠다고 한 말이 국민에게는 전혀 진심으로 가 닿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왜 배신감을 느끼는지 대통령은 과연 핵심을 짚고 있는 것일까요?

정부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지 않으니 국민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에서 퇴임 0순위로 꼽히는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마치 헛소리하는 사람처럼 ‘신뢰’라는 말을 아무런 진심이 없이 되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런 모습은 ‘돌발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웃으며 대화’해야 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왜 대화가 되지 않을까요? 힘을 잘못 쓰기 때문입니다. 힘의 오남용과 과용이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믿음이 깨지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대화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 사는 모든 관계와 상황이 그렇고, 권력자와 국민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러합니다.

힘의 쓰임새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누구나 목적이 있으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서로 뜻이 다를수록 설득이 어렵습니다. 설득이 안 되면, 힘을 가진 쪽에서 강압적으로 나아갑니다. 대결 국면이 전개되고, 그럴수록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강압은 결국 폭력을 낳게 되고, 그 결과 불신만 더욱 깊어집니다.

그러니 지금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대통령이 먼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가? 환영과 기대 속에 취임했던 그날 이후 어느 날쯤부터 국민이 배신감을 느꼈던가? 대통령이 짧은 기간 안에, 두 번씩이나 사과를 했는데도 국민의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에 정직성과 진정성을 갖고 답을 찾으면, 그래서 대통령의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고 공감하면, 우리 국민은 너그럽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어 열화같이 환영하며 지원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4.19에 그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었을 때도 일주일 뒤에 하야하는 이승만 대통령을 눈물로 환송한 이 국민입니다. 우리 국민의 그런 심성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문제는 신뢰 회복입니다. 이를 뼈저리게 느낀다면, 국민 앞에 무릎인들 못 꿇겠습니까? 나라가 사는 길인데! 바다 건너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는 상황이 다릅니다. “문제는 신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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