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8/2008

 

 

 

 

 

 

 

 

 

 

 

 

  현장의 소리

 

누가 사탄인가?

 

  말씀과 세상(10)

 

 

 

 

 

 

 

 

 





하태영

목사,
삼일교회.
htyyoung@hanmail.net






 


지난 5월 중순, 미국산 쇠고기수입 문제로 10대들이 청계광장에서 시작한 촛불집회가 점차 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을 때입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한기총에서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설교에 나선 조용기 목사는 촛불 들고 청계광장에 나온 10대들은 사탄의 계략에 말려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사탄이 문제입니다.

계시록에 사탄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늘 권세를 장악하기 위해 천사장 미가엘을 상대로 큰 전쟁을 일으키지만, 결국 패하여 하늘 보좌로부터 쫓겨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탄은 시대에 따라 얼굴을 달리했습니다. 구약에서 ‘사탄’ Satan은 인간을 송사하는 직무를 맡은 하나님의 시종입니다. 이때 사탄은 ‘악마’라기보다는 ‘저승사자’였던 셈입니다. 그런 사탄이 점차 ‘대항자’ adversary, 적대자가 됩니다. 신약 시대에 이르면 사탄은 마귀 diabolos가 됩니다. 비방자 slanderer입니다. 비난받을 행동을 하도록 유혹하는 자, 사람을 파멸시키는 원수입니다.

특별히 계시록은 사탄을 ‘참소하는 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계 12:10-12). 실제로 박해 시대는 ‘밀고자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로마는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전문 밀고자(유급 정보원)를 양성했다고 합니다. 밀고자들은 가는 곳마다 피 냄새를 풍겼습니다. 포상을 노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 참소하여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참소자들이 하늘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그들이 도덕적으로 파멸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탄은 본시 하늘에서 하나님을 섬기던 존재였습니다. 그처럼 귀한 일을 했던 존재가 적그리스도로 전락하다니. 사탄은 하나님의 길보다 자기 길을 추구한 곳에 나타나는 죄악인 것입니다.

마태복음서에 유사한 두 개의 기적 이야기가 있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여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은 이야기(14장), 떡 일곱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4천여 명을 먹이고도 일곱 광주리가 남은 이야기(15장)입니다. 한때 성서학자들은 복음서 편집 과정에서 두 이야기가 중복된 것으로 여겼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분명 두 기적 이야기는 배경도 다르고, 대상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두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적의 성만찬적 성격입니다. 실제로 “앉게 하시고”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주시니” 등의 동사들은 모두 성만찬 형식과 용어 그대로입니다. 기적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 잔치의 성격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 기적 이야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잔치 이야기 앞에는 반드시 예수께서 귀먹은 자, 눈먼 자, 절뚝발이 등 각종 병자들을 고치시고, 그들을 잔치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없는 잔치는 하나님 나라 잔치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들은 이처럼 성만찬적인 기억을 잃어버리고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논리, 선진국 논리, 번영의 논리에 너무 깊이 빠져 있습니다. ‘그들’이 배제 된 선진국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들’이 배제된 번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놀랍게도 이명박 정부의 <선진국>에서는 하나님 나라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축배를 드는데 소외된 사람들은 탄식해야 하는 번영. 그들의 성만찬이 자축 파티는 될 수 있을지언정, 하나님 나라의 잔치는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교회 주류가 이런 이명박 정부의 번영과 선진국을 복음처럼 떠받든다는 것입니다.

기적 이야기 다음에 반드시 뒤따르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극도로 혐오하여 시비를 걸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바리새인, 서기관은 한때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던 자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기를 섬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수의 적대자들이 돼버린 것입니다. 오늘날 하나님 나라를 비방하고 방해하는 사탄은 불신 세계 사람들이 아니라 명색이 그리스도인이요, 성직자들이요, 교회일 수 있는 것입니다. 눈멀고 귀먹은 사람을 고쳐준 예수를 향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지 않고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비방한 바리새인들과 다를 바 없는 설교를 자칭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하는 게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이고 보면, 과연 누가 사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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