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해의 2010 엑스포는 ‘더 살기 좋은 도시’ Better City, Better Life 란 주제로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에 걸쳐 열립니다. 예상 방문객 수를 7천만 명, 예상 참가자 수를 2천만 명으로 잡은 대규모 행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해야 할 것은 행사의 규모보다는 그 주제입니다. 도시가 더 좋아지면, 살기가 그만큼 더 좋아질 것입니다. 삶의 질도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G 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11월 11-12일에 개최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주최국이 됩니다. G 8 정상회의가 확대되어 중국, 인도, 브라질 그리고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도 참가하게 되다보니 마치 G 20에 참가함으로써 선진국에 진입하는 길이 열리기라도 한 양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는 길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단지 경제발전만 이루어져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가 그에 발맞추어 함께 성숙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말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세계금융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몇 안 되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의 후진성이나 교육의 난맥상을 보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치풍토를 개혁하지도 못하고 개선하지도 못한다면, 국민들이 선거 혁명을 통하여 바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풍토는 이렇게 개혁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좋은 나라가 되는 데 있어서 교육문제를 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권도, 교과부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모습만 보입니다. 최근에 불거진 외국어고등학교 존폐론에서 입시문제를 다룬 것만 봐도 답답합니다.

이른바 8학군 강남 학원가에서 불거진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SAT 부정시험과 문제지 유출로 인한 추문은 우리 교육과 함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교육도, 학원도, 시험도 무엇이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당장 필요한 것만을 얻어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일부’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문제의 속성이나 연관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는 세계 11위가 될 정도로 발전하였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관심을 가질 만큼 교육 열의는 대단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모습이 일부 학원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교육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학부모-학생-학원-강사-시험문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탐욕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교과부가 입학사정 관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왜곡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 역시 탐욕이 작용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도 대다수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인성교육과 인간교육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바라며 열심히 사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질 높은 인성교육을 펼치는 대안학교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권 교육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안학교 출신을 외면하던 대학교에서 일정비율로 그들을 입학시키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뚤어진 욕심과 탐욕으로써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창의성과 공동체성, 협동정신과 봉사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인간교육 실현과 인성교육 실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문화, 예술, 역사, 자연 등 여러 방면에서 창의적이고 체험적인 학습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세계시민 의식을 고취하며 여행과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의 ‘인간교육 실현’을 위한 대안교육을 생각해 봅니다. 이를테면,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실험적으로 이런 교육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즉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에서 인간교육, 인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대학에서 받아주는 큰 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런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학교법인에서 창의성과 과단성을 가지고 결단을 하여 새로운 인간교육 정책을 발표한 시점부터,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 보다는 인간교육 실현 커리큘럼에 맞춰 교육받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받기로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의성, 자율성, 자발성을 고취하며 인간교육을 실현하는 것이죠. 이러한 바탕 위에서라야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이 새롭게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