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학교는 ‘자연의 길을 따르고 사람의 결을 살린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의 길’은 너무 넓고 깊어 어떤 표현으로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굳이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해 본다면 ‘자연스러움’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줄기를 억지로 가로막는 4대강 사업은 결코 자연의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바람의 흐름을 가로막는 수많은 거대 도시들, 그리고 고층빌딩들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자연의 먹이사슬처럼 균형을 이루지 않는 인간의 식량분배 시스템도 자연을 거스릅니다. 한쪽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해가 떨어지면 자고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일상대신 도시는 사람들을 너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부자연스러운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흙 한번 밟거나 만지지 않고 살아가는 비자연인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 비자연적인 것이 마치 자연스런 것인 양 치부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자연적인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들을 멸시하고 비웃고 파괴합니다. 의식주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이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결국 인간은 멸망할 것입니다. 지구 멸망에 관한 수많은 주장이나 영화들이 계속 인류에게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결국에는 인간을 희생하더라도 자연스러움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류가 가야할 길은 분명합니다. 자연의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지고의 영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산돌은 믿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는 것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 영성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낮아지고 비우려 합니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낮은 땅을 보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생명의 기운을 맞아들이기 위해, 하느님의 숨결(영)을 듬뿍 마시기 위해, 하느님의 지혜를 깨닫기 위해, 산돌은 끊임없이 비우려고 합니다. 비우면 모든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가장 높은 지혜로 가득 채워지고, 채워지면 넘치고 다시 흐를 것입니다.

‘자연의 길’이 숲이라 한다면 ‘사람의 결’은 나무라 하겠습니다. 나무는 제각각 다른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면 그 나무들과 숲은 자연스럽지 못할 것입니다. 근대교육은 인간을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이었습니다.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모습과 의견을 가로 막았습니다. 획일성과 강제성을 수단으로 삼아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고 바보를 만든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의 결’은 제각각 다릅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각각의 다른 결들을 살리고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이며 산돌이 가는 길입니다. 상대적 경쟁과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을 발견하고 그것을 완성하기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산돌이 요구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산돌은 학생들에게 날마다 묻습니다; 나는 나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결을 보았는가? 그것에 나는 긍지를 갖고 있는가? 그 빛깔을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가?

올해 산돌은 두 번째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이 친구들이 지난 5년간의 산돌생활을 돌아보고 그것을 소재로 삼아 졸업작품과 논문을 발표합니다. 발표한 졸업 작품들을 보면, 5년의 삶을 노래로 만들어 앨범을 낸 친구들, 친구들에 대한 탐색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을 낸 친구, 사진으로 5년간의 삶을 발표한 친구, 친구들 하나하나를 탐색하고 인물상을 그린 친구, 의상디자인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산돌의 경험을 소재로 창작 작품을 발표한 친구, 배우와 감독으로 영화를 만든 친구, 시집을 낸 친구, 소설을 쓴 친구, 그리고 자기 몸과 병에 대한 고찰을 한 친구 등 다양합니다. 각각의 친구들이 지닌 그 다양한 빛깔들이 너무나 잘 드러났습니다. 발랄한 아이디어와 번뜩이는 혜안, 친구들에 대한 깊은 통찰도 보았습니다. 작품을 발표하던 날,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우리 모두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연의 길을 따르고 사람의 결을 살리는 산돌스러움이 결국에는 세상을 구원할거야’라는 믿음을 갖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