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서 살아가는 하루 인생살이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의 삶 전체의 축소판이라 한다. 하루하루의 인생살이가 무엇으로 어떻게 점철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삶 전체를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살이 가운데 정말로 필요한 것,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것 그리고 없어도 좋을 것 들이 있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욕구이다.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삶에 대한 의욕 또한 강하다. 따라서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삶에의 의지'에 의하여 지배받는 존재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삶에의 의지는 살고자 하는 충동으로서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는 3대 기본적인 욕구를 말한다.

식욕은 사전적으로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심으로 개개인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일차적이고도 생득적인 요소이다. 성욕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생리학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본능으로 종의 보존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수면욕은 식욕과 성욕을 앞서는 욕구라고 보기도 하는데, 육체적 요인보다는 정신적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 욕구들은 모두 생물학적인 의의를 지닌다.

이 세 가지의 욕구 외에 이에 못지않게 살고자 하는 충동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욕구가 있는데, 바로 미래에 대한 욕구이다. 인간은 누구나 앞날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는 특이한 존재이다. 이 욕구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욕구는 3대 욕구가 결핍되어 있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이 미래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욕구는 항상 현재의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갈망은 고대로부터 종교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이미 3천 년 전부터 샤먼이 주술로써 현실세계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서 생기는 갈망들을 해소하면서 미래를 예측해 주곤 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의 일반적 기능에 해당하며, 오늘날과 같은 종교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인간에게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이 존재하는 한, 종교의 기능 또한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기능은 미래의 상황을 예언하는데서 확대될 것이다. 가깝게는 지금 현재 처해 있는 현실 속에서 좀더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는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예언으로부터 멀게는 사후 세계에서의 생명구원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데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가깝든지 멀든지 미래의 상황을 예언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다양한 형태의 예언가 혹은 예측하는 이들이 존재하게 된다.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나 일정한 자산을 부풀리는 것을 예측하는 펀드매니저가 있고, 이미 기원전부터 존재해온 점술가들 역시 미래를 예측한다. 이들은 모두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분석하거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보고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나 이들이 계속하여 축적되는 현상과 결과들을 자기 내면화하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종교 성직자들은 경전이라는 매뉴얼을 가지고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를 예측한다. 그리고 신자들은 그들이 예측한 만큼의 세계에 천착하고 있다. 성직자들이 지니고 있는 영적 탐구의 깊이와 넓이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매뉴얼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한계는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자기로부터의 욕구인데 반하여, 미래에 대한 욕구는 자기 내면으로부터의 동기부여에 의해서 그리고 외부의 다른 정황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 있다. 이때 어떤 상황에 대한 예측이든지간에 내면으로부터 자기 확신이 없이 외부로부터의 동기부여에 의하여 일어나는 미래에 대한 욕구는 삶의 뿌리를 부초처럼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인질 사태를 보면서, 도대체 종교를 가진 인간들의 궁극의 욕구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새삼 생겼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욕구가 자기와의 내밀한 저항 없이 생길 경우에 얼마나 작위적일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았다. 따라서 미래에 대하여 어떠한 욕구를 품을 때, 소우주인 내면의 음성을 들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존재의 섭리를 느끼고 이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