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인 사망 선고 시각은 심장박동이 멈추는 때이지만, 심장이 뛰고 있고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더라도 삶이 삶다워지려면 제대로 기능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삶이 삶다운 활기를 잃을 때 사람들은 말한다. “살맛이 안 나요.”,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삶이 삶다우려면 무엇보다도 우리의 내면에서 물음표와 느낌표(?!)가 왕성해야 한다. 만나는 것마다 궁금한 것들 투성이이고, 알고 싶은 것이 천지에 가득한 ‘호기심 천국’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면 인생은 드라마틱한 여정이 될 수 있다.

어느 봄날 돋아난 새싹들을 보고 수많은 물음표들??????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에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렸던 경험이 있다. 생명은 곧 물음표? 자체라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는 듯한 새싹들의 행진에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생명의 퍼레이드를 그 작은 한 점 씨알들 속에 숨겨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그 한 점 씨알들이었고, 세상에 씨알들을 뿌리고 씨알이 시작되기 이전의 지점으로 돌아간다. 물음표와 느낌표,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간들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동물들과의 차별성 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의 물음표와 느낌표들은 생명의 절정기인 사춘기가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그런 물음표와 느낌표를 까맣게 잊어먹고 살아간다. 어쩌다 물음표가 싹을 내밀어도 “먹고 살기 바쁜데 너 따위가 뭘 하러 고갤 내밀어?” 하고 묵살하면서 물음표의 숨통을 끊어버리기가 일쑤이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인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을 까마득히 자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인류 역사가 날로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물음표와 느낌표가 왕성하게 살아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 덕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개 숙일 줄 모르고 물음표의 행진을 계속했던 사람들 덕분에 인류의 호기심은, 느낌표의 선물 세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오늘의 지구촌 자매형제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진 느낌표를 누리고 살고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아서는 풍성한 21세기를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내면의 풍경은 19세기 18세기, 아니 오래전의 까마득한 원시시대를 사는 이들도 우리 중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왜 그러한가? 똑같은 21세기를 살면서도 우리들 각자의 영적 단계가 다르고 영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영혼의 성숙도를 어떻게 감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분명하게 사람마다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영혼의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삶을 음미하는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행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간화선은 자기 안에 큰 물음표를 하나 제기하는 것이다. 자기 존재에 대한 강한 물음표를 밤낮으로 줄기차게 제기하다 보면 저절로 확연한 느낌표가 오고, 그 느낌표 안에서 수행자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송두리째 몸으로 마음으로 찾게 된다. 그래서 자기 존재의 궁극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물음표가 없는 인생에게는 그 어떤 느낌표도 찾아올 리가 만무하다. 똑같은 영화 간판을 보고서도 ‘뭐 별게 있을라구?’와 같은 물음표 아닌 물음표만 붙이고 살아간다면, 그 인생도 늘 그 인생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왜 만들었지? 무슨 마음으로 만들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지?’ 라는,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열정과 동기에 궁금증을 가져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사에 관심을 가져줄 때, 나에게도 누군가가 사랑과 관심을 쏟아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시간의 한마디를 접고 다른 한마디를 시작하는 출발 지점에 모두 또다시 서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말로만 새로워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 안에 꼭꼭 숨어 있던 물음표와 느낌표가 활개를 치며 생동하는 한해를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