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란 단어 속에는 ‘오랜 세월’ 이라는 뜻이 함축 되어 있는 것 같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라는 시간의 틀 속에서 보면 보통 사람에게는 별로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수천 년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년 3월 8일이면 ‘여성의 날’이 있기에 여성들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

지난달에 일본에서 모임이 있었다. 여성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일본여성, 재일동포, 한국여성들이 해마다 모이고 있는데 거기에는 학자도 있고, 목회자도 있고, 사회적인 어떤 타이틀이 없는 주부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 모임이 ‘2080’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20대에서 80대까지 섞여있기 때문이다.

18년 동안 모이면서 ‘여성신학’이라는 같은 시각을 가졌어도 일본과 우리들 간에는 미묘한 갈등과 긴장이 있어 왔다. 한 해는 한국에서, 한 해는 일본에서 주최를 하는데 손님을 모시든 손님으로 가든 간에 아슬아슬한 감정을 느끼면서 지내왔다. 그러면서도 만나는 것을 거르지 않고?계속 만나왔다. 그런데 금년에 처음으로?아슬아슬함이 없었고, 서로를 부추겨주며 위로해주는 분위기가 많이 생겨났다. 여성신학이라는 시각이전에 민족감정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 우리 측에서는 먹거리를 통해서 보는 여성신학을 이야기 하였고, 재일 측에서는 일본에서 차별받으며 살아오느라고 고개 숙이며 살고 있던 여성들이 떨치고 일어나 빛을 발하는 이야기를 하였고, 일본 측에서는 ‘기독교의 부권제적 인간이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 ‘야마구찌 사토꼬’라는 여성이 성서에 나타난 가부장적인 언어와 삶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남자와 여성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있는 가부장적인 이해에 대해 잘 살펴 볼 수 있는 깨우침을 주어서 참석자 모두가 공감을 하였다. 그 중에서 두드러진 의식이 여자는 ‘제2시민’이라는 것이다. 야마구찌 사토꼬는 일본 안에서는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우리 회원이 아닌데도 그가 발표를 한다는 소삭을 듣고는 그의 책을 읽었다는 사람 여럿이 방청으로 와있었으며 발언도 하였다.

이런??상황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글을 써 주었기에 두고두고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여성운동의 선배들이 법적으로는 평등한 세상이 되는 단초를 열어 놓기는 하였는데 아직도 생활 속에서는 남녀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의식 속에 가부장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들의 의식 속에는, 남자는 일인자이고 여성은 제2인자이면서 남성을 돕는 존재라는 생각이 있다. 옛날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말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말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남성들은 그것을 가지고 음성이 높아졌다거나, 강해졌다거나, 들떠 있다고 평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야 하는가가 금년의 주제이다. 돌아와서 나는 공동체 식구들과 여기에 대해 보고하며 두고두고 연구해 보자고 하였다. 여권이 높아져서 남성을 제2인자로 만들자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제2인자라는 생각이 없는데, 남성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평화는 없을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야마구치 사토꼬는 여성들이 연대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우선 남성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동안 길들여진 여성 속에도 잠재되어 있는, 여성은 제2시민이라는 의식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구약은 물론 신약 속에서도 여성의 활약상은 기록되지 않고 남성의 일에 묻혀버린 것을 지적하면서 남성들이 예수님의 선포에 귀 기울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하였다.

? 3.1절 ‘독립선언문’에 있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들이 연대하여 바른 의식을 가질 때 행동도 달라지는 것이다. 여성이 여성운동을 하는 것은 남성을 반대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같이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독립선언문에 나타나 있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 나는?오랜 세월을, 적어도 70여년을 이런 생각으로 살아오며? 남성이 여성에게 제2인자라는 생각을 버리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행복이 올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