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행성 지구에서 우리는 또다시 시작이라는 문턱에 서 있다. 이 작고 푸른 지구별 위에서 살고 있는 75억의 방랑자, 그들은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소크라테스는 “인생을 왜 사는가를 묻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가 인생을 왜 사는가라고 묻는 것은 바로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는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판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보고는 일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 구르지예프 역시 “내가 나라고 할 수 있을 때 그때라야 그 인생은 진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3장에서는 모세에게 하나님 자신이 스스로 “야훼 즉 나는 나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라고 자신의 존재를 가리켜 보이셨는가 하면, 신약성서의 누가복음 24장에서는 열한 제자에게 예수 자신 역시 스스로를 가리켜 “나는 나다. 나인 줄 알라.”고 본질적인 정체성을 가리켜 보였다.

하나님과 예수가 가리켜 보인 자신의 정체성 증명과 수많은 철인과 현인들이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부단히 깨달아 알려고 했던 것처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자신을 깨달아 알기 위해서 과연 얼마만큼 고민하고 있는가. 나는 나이고 나인 줄 알 때라야 그 인생이 진짜라고 단언하는 깨달음의 고백들이 현재 속에서 나의 고백이 되고 있는가.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인생을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이며, 과연 찾을 수는 있는 것일까? 또 기독교인인 우리들은 영성신학 안에서 자신을 알라는 말, 곧 나는 나라고 고백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 성령의 보내심 등 모든 과정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내면에서부터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재형성되어 드러나야 온전한 영성적 삶을 사는 것이리라.

예수가 오늘 여기 우리의 삶의 정황에서 나를 통하여 재구성되고 재현될 때 진정한 나를 구현하는 것이며, 늘 자신이 누구인지를 의식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진정한 자기이해에 이를 수 있고,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의식이나 행동이나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고,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를 알고 인간을 알고 우주를 알기 위해서는 내 존재의 GPS를 작동시켜야만 한다. 전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서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이다. 지구 상공 2만 2천 킬로미터 높이에서 지구를 돌며 지구의 여기저기를 한눈에 정확하게 파악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GPS 위성처럼, 우리 자신도 우리 존재의 GPS를 작동시켜야만 한다. 리처드 바크가『갈매기의 꿈』에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고 말했듯이, 우리도 우리 존재를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들의 GPS를 높이 띄우고 작동시켜야만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알고, 인생을 알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알고 인생을 안다는 것은 사랑이신 하나님의 바라시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며, 그 뜻을 우리에게 알게 하려고 삼차원의 이 세상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다. 몸소 인간과 똑같은 환경 속에서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며 인성을 신성으로 끌어올리는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대로 복제하는 내가 되어야만 한다. 아니 예수는 오히려 우리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셨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일도 할 것이다.”(요한복음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