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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난해구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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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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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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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표적 表蹟”이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이런 말은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우리말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사전에 보니까 표적 標的, 표적 表迹, 표적 剽賊 등은 있어도 표적 表蹟은 없습니다. “표적 標的”은 ‘목표로 삼는 물건’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고, “표적 表迹”은 ‘표지로 삼는 표’를 일컫는 말이고, “표적 剽賊”은 ‘겉으로 드러난 자취’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말 사전에는 이것이 전부 다입니다. 어쩌자고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없는 낱말이 현대어 번역에서 사용되어야 합니까? 독자들이 모를 말을 번역자들이 막 만들어 내어도 되는 겁니까? 저는 민영진 목사님께서 대한성서공회에서 성경번역 책임자로 오랫동안 일하셨다는 말을 들어서 죄송하지만 무례를 무릅쓰고 화딱지가 나는 것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대답 좀 해보시오.
구토증 올림
구토증 님, 단단히 화가 나셨군요. 제가 독자라도 귀하와 같은 심정일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역겨우면 구토가 나지요. 우리말 번역 성경을 읽다가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 구토증을 일으켰다면 성경번역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 같은 사람이 귀하에게 동료들과 그런 번역을 출판한 기관을 대신하여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귀하께서 이렇게 물어주셨으니까, 제가 좀 지루하게 변명 같은 답변을 해도 꾹 참고 한 번 들어주시겠습니까? 1. “표적 表蹟”은 신조어 新造語가 아닙니다. 현대어 번역에서 번역자들이 불필요하게 신조어를 만들어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 귀하께서 물어 오신 그 표적 表蹟이란 말은 우리말 번역 성경에서 어제 오늘 쓰인 말이 아니고, 이미 1938년 [개역]에서부터 죽 써온 말인데, 왜 그것이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은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변명이 아니라 “표적 表蹟”이 [개역](1956)이나 [개역개정판](1998)의 신조어가 아니란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2. 여러 대응어가 시도되었습니다. 그리스어 ‘세메이온’의 번역인데요, 우리말 번역에서도 여러 대응어로 번역된 것으로서 번역자들이 이 낱말을 번역할 때마다 고심했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셩교젼셔](1887)는 “징죠 徵兆”라고 번역하였고, [셩경젼셔(구역)](1911)은 “이젹 異蹟”으로, [셩경젼셔 개역](1938)에서부터 [성경전서 개역](1956), [성경전서 개역개정판](1998)은 “표적”(난외주 혹 “이적”)을 쓰고 있습니다. [貫珠聖經全書 簡易國漢文](1964)은 그 낱말을 한자어로 “表蹟” (欄外註 或 “異蹟”)이라고 썼습니다. [성경전서 표준새번역](1993) 역시 “표적”이라고 했다가 [새번역]에서는 “표징”이라고 합니다. 가톨릭의 [성경](2005)도 “표징 表徵”을 쓰고 있습니다. 3. 영어로도 그리스어 ‘세메이온’은 여러 가지로 이해됩니다. miraculous sign 기적적인 표시, miracle 기적 또는 이적; sign, that by which something is known or distinguished 사물을 알리거나 구별 짓는 표시, indication 징조 또는 징후, mark 기호 또는 부호, signal 신호, portent 징조 또는 전조, warning sign 경고 신호 등으로 이해됩니다. 4. “예수의 신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 드디어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이 난외주에서 귀하와 같은 독자를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해놓았네요. “표적”과 “표징”에 대하여 “예수의 신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으로서의 기적(그리스어 세메이온)”이라는 설명을 붙인 것입니다. 여기에 그리스어 ‘세메이온’까지 밝힌 것을 보면, 더욱 더 전문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그리스어 낱말의 주석을 보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더러 말하라면 저는 오히려 “예수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하러 오셨는지를 밝히는 상징적 기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표적의 뜻. 신약의 요한복음서 2장에는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 奇蹟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관심을 갖기에 따라,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됩니다. 예수께서 행한 기적을 나열하는 이들은 예수께서 가나마을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든 이 사건을 예수의 ‘첫 번째’ 기적 奇蹟 혹은 이적 異蹟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기독교 혼인예식서 婚姻禮式書는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적보다는 예수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친히 가나 혼인잔치에 하객으로 참석하여 신랑신부를 축복하고 혼인이 지닌 구원사적 의미를 나타내 보인 것에서 중요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서의 기록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혼인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걱정하면서 아드님이신 예수께서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을 기대했다가 아들에게 무안 無顔까지 당하셨지만, 결국 예수께서 당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혼인잔치에 필요한 포도주를 공급한 것을 기술하면서 예수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상징하는 의미를 밝히려 하고 있습니다. 혼인잔치는 장차 올 미래에서 하나님과 사람이 혼인을 하는 것으로 구원이 완성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 혼인잔치가 즐거우려면 포도주가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서 예수께서는 한 마을의 혼인잔치를 위해 포도주를 공급하는 이로 나옵니다. 요한복음서가 말하는 예수의 관심은 포도주보다는 “이방 사람이 살고 있는 갈릴리 지역”(이사야 9:1)의 ‘가나’라고 하는 한 마을에서 베풀어지는 혼인잔치에 있다는 점을 착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말적 구원의 구체적 상황을 구약 예언서들은 하나님과 인간의 혼인으로 묘사합니다(호세아 2:16-25; 이시야 62:2-5).
19 그 때에
4 다시는 어느 누구도 너를 두고
요한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가나혼인잔치 참석과 포도주 공급은 예수가 어떤 일을 하실 분인지를 알려 주는 표적 表蹟 혹은 표징 表徵입니다. 요한복음서 독자들로서는 이 표적이 지시 하는 바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예수께서 오심으로써 구원의 때가 시작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베푸시려는 복이 예수를 통하여 실현된 것입니다. 그가 혼인잔치에 참석할 뿐 아니라 혼인잔치의 주요 품목인 포도주를 공급한다는 것은 혼인잔치로 상징되는 미래의 구원을 미리 가리키는 것입니다. 구원의 날이 이를 때, 삶의 기쁨과 풍요로운 삶을 말할 때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포도주이기 때문입니다. 가나 마을에서 행한 예수의 기적은 그가 왜 왔으며 그가 무엇을 할 분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표적 表蹟입니다.
<민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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