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세계 제1국이 되었고, 1945년에는 미국이 세계 제1국이 되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란 큰 위기를 이겨낸 다음에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전쟁은 아니나 대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 제1국이 된다고 예측합니다. 수많은 경제개발국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꾸준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말한 것입니다.

2010년 세계박람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상해와 소주를 방문하고는 그 발전 속도는 물론 규모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흔히 중국인들이 느리다고 생각하여 속된 말로 ‘만만디’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아예 생각조차 잘못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을 우리가 이렇게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중국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가 더 이상 모르는 채 무관심 속에 지나쳐서는 안 될 나라입니다. 그것은 세계 최강국으로 서게 될 중국이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서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과 우의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어서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확고한 신뢰 속에서 상호이해, 상호존중, 상호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나아가서는 그 수준을 높여서 동북아시아의 지역안보와 평화 그리고 세계평화를 이루는 데 이바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의 생각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여행하던 중 놀라운 일을 경험하였습니다. 중국정치협상위원회가 한국인 강사를 초빙하여 우수한 중국인 CEO 300명에게 에니어그램 특강을 요청한다는 것입니다. 투자금융고문단과 복단대학교 심리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세미나에 중국인 CEO와 민관 전문가와 대만의 CEO들까지 초청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20년 동안이나 학교에서 가르치고 라디오와 TV 방송을 통해 강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지도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도 하고 권고도 해보았으나 아직도 요원하게 느껴지기만 하는 데 말입니다. 그런데 에니어그램을 접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하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결정의 숨은 동기 ulterior motive와 배경은 이렇습니다. 두 차례나 경제 위기를 극복한 한국인의 저력과 비결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에니어그램으로 해석하며 분별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초미의 관심은 그런 지혜를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또한 고속 성장에 따르는 사회 병리 현상과 갈등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그 이유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토록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그 거대한 국가 중국이 어떻게 에니어그램을 그 해법으로 찾아냈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작게 보일 수도 있는 이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입니다.

그들은 보았던 것입니다. 한국인의 저력과 지혜와 용기를 간파했습니다. 그렇게 하고는 그 핵심의 고리가 무엇이고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했던 것입니다. IMF 위기 때 금 모으기, 달러 모으기를 통해 드러났던 저력과 함께, 지금 겪고 있는 세계금융 대위기도 한국이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자못 궁금했던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조건없는 사랑’의 동기를 유발하기만 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내는 것을 그들이 본 것입니다. 무엇이 그처럼 뭉치는 힘을 이끌어 내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부러운 눈치입니다.)

그런 가운데 발전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다보니 에니어그램의 지혜에 주목한 듯싶습니다. 그들의 통찰력과 지도력에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중국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볼 때, 지도자들의 사심없는 자세와 지혜를 구하는 결단력과 분별의 배합을 이루는 힘을 보고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만약 우리의 ‘조건없는 사랑’이 그 같은 터 위에 설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