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7은 강생하신 예수님을 <구유>에 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을 공동번역에서는 아예 <말구유>로 쉬운성경이나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아예 <마구간>으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성경은 ‘의역’을 하였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예수님께서 강생하신 곳을 교회에서는 너무 쉽게 <마굿간> 또는 <말구유>라고 하고 있습니다. 찬송가 119장 2절과 다른 어린이 찬송가들도 그렇게 되어 있고요.

그러나 위에 예로든 의역 성경이 아닌 성경 역본에서는 결코 그런 표현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오히려 “구유”는 [개역한글판](마 21:33/막 12:1)에서는 포도원에서 “포도즙을 짜는 구유”라고 되어 있고요, [개역개정판]에서는 “즙 짜는 틀”로, [표준새번역개정판]과 [새번역]에서는 “포도즙을 짜는 확”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대 땅에서의 “말 馬”은, 새김질은 하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부정한 짐승이므로 일반 집에서, 아무리 여관이라 해도 그렇게 사육을 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만 애굽에서 군사용으로 들여온 말을 혹시 병영에서 사육을 했다면 일리가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예수님을 눕혔던 이 <구유>는 포도를 발로 으깨어 쏟아지는 즙을 내려 담는 나무그릇이거나 짐승의 먹이통이라면, 당시 일반인 가정에서 사육하였던 가축인 “나귀”의 먹이통이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시 가장 많았던 서민들의 집 구조나 형편을 보면, 외양간-거실-안마당-부엌...이 분리되지 않아, 양과 같은 가축과 거의 한데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관집이라면 그렇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을 테니, 그래도 마굿간이 아닌 외양간, 즉 가축우리에 농기구나 포도즙틀 같은 것을 보관하는 창고로 한데 사용하는 그런 공간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네의 옛날 시골살이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눅 2:7)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는 구절을 가지고 너무나 쉽게 “말구유”, “마굿간”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마 2:11)에도 그저 ‘아기가 있는 집’일 뿐입니다. 물론, 앞서 예로 들은, (막 12:1)의 ‘즙 짜는 구유’는 헬라어로 “휘폴레니온”이고, (눅 2:7, 12, 16)의 ‘구유’는 “파트네”이긴 합니다만, “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외식하는 자들아, 너희가 각각 안식일에 자기의 소나 나귀나 마구에서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아니하느냐”(눅 13:15)에서의 “마구”가 바로 이 “파트네”로 되어 있고, 역시 이 부분을 [개역개정] [표준새번역개정] [공동번역] 등에서는 한 결 같이 이를 “외양간”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위 인용구에서도 “소나 나귀”라고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강생하신 구주님께서 처음 누이셨던 장소를 굳이 ‘마굿간’이라고 할 바에는 <외양간>이었다고 해야 더 온전할 것이고요, 아니면 마태복음서처럼 그냥, <구유> 그리고 <어느 집>이라고 해야 하고요, 위에 예로든 역본들(공동번역, 쉬운성경 등)에서 <마굿간> 또는 <말구유>로 번역을 하고 있는 것은 고쳐야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어떠신지요?

월간 [햇순]의 난해구 해설 같은 좋은 코너로 만나주시는 것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

이 진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