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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눈이 내리고
어미와 헤어진 내가 가요,
어딘가 모를 곳으로 떠나가요
거기서 대장과 함께 잠을 자고,
대장과 함께 사냥을 가고
대장과 함께 저수지 둑을 달려요,
그러다가 대장은 내게 별을 달아주고,
다시 눈이 내리고……

누군가 말했다죠.
미국, 믿지마라
소련, 속지마라
일본, 일어선다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말이랬어요.
내가 밥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앉은 채 똥을 싸고, 오줌을 싸고, 눈곱이 끼고, 코가 헐고, 털이 빠지고……그렇게 앓고 있을 때, 어찌 그걸 알았을까, 내 고향 진도에서 왔다는 당번병이 옛날 얘길 들려줬죠. 미국, 믿지마라 소련, 속지마라 일본, 일어선다고, 우리 할머니가 늘쌍 말씀허셨당께.
당번병은 내게 된장국을 한 사발 갖다 입에 대주면서 다시 말했죠. 미국, 믿지말라고…….
친구 짱구는 그러나 다른 길을 갔어요. 완전 투견이 되어, 대장이 가거나 말거나 상관치 않았죠. 주인 또한 이미 바뀌어 있었어요. 사단 내 통신대장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어요. 그러나 나는 대장과의 지난날 추억 속에서 헤매는 밤길이었죠.

달밤이면 대장은 내게로 와 머릴 쓰다듬고, 어딜 갈 때면 반드시 나를 데려갔어요. 데려가지 못할 때는 소시지를 주었어요. 그래서 밥그릇에 소시지가 놓이면 대장이 나를 두고 혼자 어디 가는구나, 알아차렸어요.
다녀올게.
이게 소시지였던 거죠.
그런데 소시지가 다섯 개나 밥그릇에 놓인, 대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카투사 당번병은 일과가 끝나면 날 데리고 산책을 나갔어요.
새로 부임한 대장은 내게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하긴 그럴 수밖에, 털은 빠지고, 코는 헐고, 눈곱이 낀 개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나 또한 다시는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싶지 않았고요.

눈이 내리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문 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봄이 오고,
봄이 와서 잎이 피고,
꽃도 피고,
나도 툭툭 털고 일어서고,
그늘 밑에 잠이 들어
꿈도 꾸고,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왔어요.
왔구나, 어서 와!
좀 야위었구나.
응, 그럴 거야.
이 고기 나 먹어두 돼?
맘대루,
짱구 소식은 들었니?
응?
뭐라구?
짱구 말야.
네 친구.
그래, 짱구가 왜?
무슨 일 있어?
죽었어.
싸우다 죽었다구.
…….
며칠 됐는 걸?
…….
고양이는 소시지를 먹고 있었죠.
나무 오르기 좋아하는 놈, 나무에서 떨어지고 물놀이 좋아하는 놈, 물에 빠져 죽고 싸움질 좋아하면 싸우다 죽는 게 정해놓은 이치 아닌가, 냠냠 쩝쩝.
당번병이 식당에서 얻어다 준 소시지를 먹으며 고양이가 말했죠.
나는 앞발로 도둑고양이 머리를 한 대 갈겼죠.
왜 그래? 야웅!
…….
나는 대꾸없이 다시 앞발을 들어 이번엔 고양이의 목을 눌렀죠.
아이고 캑!
왜 그러냐고?
썩 꺼져.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릴 거야!
도둑고양이는 꼬리를 뻗치고 돌아갔어요.
투실투실 살은 쪄가지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피엑스 쪽 철조망 밖의 수풀 속으로 몸을 감췄어요.(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