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1/2007

 

 

 

 

 

 

 

 

 

 

 

 

  공동체 만들기

 

만화로 배우는 학교

 

 

 

 

 

 

 

 

 

 

 





최 재 숙

월요성서회원.
다솜학교 교사.
cjs00k@hanmail.net






 


지난 학기부터 다솜학교에서는 토지만화를 교재로 토지의 등장인물을 연구하며 에니어그램을 익히고 있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인물, 싫어하는 인물을 발표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에니어그램으로 몇 번 유형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구요, 그 다음 수업에서는 역할극을 하면서 등장인물을 깊게 생각하며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 부모, 교사들이 모두 참여하여 자신과 비슷하거나 마음에 드는 토지의 등장인물의 역을 맡아 극중 인물이 되어보는 경험이었지요. 윤찬이, 태오, 진우가 한 그룹이 되어 역할극을 했는데 서희의 재산을 뺏는 조준구, 마음씨 착한 조병수, 생각이 깊고 정의로운 길상이를 등장인물로 토지의 내용을 학교에서 일어나는 실제상황으로 새롭게 각색했답니다. 조준구가 심약한 친구의 돈을 빼앗는 현장에 정의로운 친구 길상이가 나타나 친구를 돕는다는 내용으로 재구성해서 보여 주었지요. 그밖에도 동네 미친 여자인 또출네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한 주아, 게으르고 탐욕스러운 김평산을 연기한 진용이, 귀녀역을 하면서 짜증스러웠다는 가용이, 평산과 귀녀를 응징하는 사또역을 창안해 낸 동은이, 의뭉스럽고 심술궂은 귀녀역과 성깔 있고 질투가 많은 강청댁을 실감나게 연기한 장선희 선생님과 배순교 선생님, 미련하고 눈치없는 강포수를 넉살좋게 연기한 정우진 선생님, 표정없는 윤씨부인을 연기하느라 근엄해지셨던 교장 선생님, 맹랑하고 앙칼진 서희를 연기한 윤찬이 어머니, 정이 많지만 말로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는 용이의 역을 용이 보다 더 부드럽게 연기한 용호아버지 등 모두가 엮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 역할극을 통해 마음껏 표현해보면서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험도 했지요.

이렇게 다솜학교에서는 만화토지로 즐겁게 에니어그램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사실 에니어그램을 안다고 해도 에니어그램으로 자기관찰을 하고 자기수련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화로 등장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이 과정을 보다 쉽게 익히려는 것이지요. 토지만화 속에서 자신과 동일시되는 인물을 찾고 그 인물을 관찰하면서 자신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을 때 자기관찰이 시작되면서 자기수련이 가능해지고 내가 변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지요.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간접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관계 맺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일곱 권의 만화책을 처음엔 재미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에니어그램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생각하면서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보며 읽다 보니 그림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진하게 각인되면서 머릿속에 막연하게 그려지던 인성유형이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등장인물들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면서 그 인물들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분제도가 붕괴되어가는 근대화 과정의 혼란 속에서 서로 갈등하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평사리 주민들의 원색적이고 솔직한 표현들을 통해서도 교양과 품위로 꽁꽁 숨겨놓고 외면하고 싶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만화토지를 보며 악다구니 속 같고 나를 위해 남을 짓밟기도 하는 평사리 마을에도 잔잔하게 흐르는 정이 있고,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사랑도 배웁니다. 넉넉하게 생긴 두만네는 평사리에서 쫓겨난 한복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죽은 엄마 생각이 나서 거지 몰골이 되어 고향을 찾아온 한복이를 발견하고 가슴 아파하며 집에 데려와 깨끗이 씻기고 밥을 먹입니다. 살인자의 자식하고 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던 두만이는 한복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맨발로 서있는 한복이에게 짚신을 건네줍니다. 내 아이만 사랑하는 속 좁은 사랑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사랑하므로, 우리의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사랑을 경험하고 배우고 나누는 다솜학교의 정신을 만화토지 속에서 발견 합니다.

고운마음을 지닌 열 두 살짜리 조병수는 늦여름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어머니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무섭고 괴로운데 그보다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왜 싫지 않을까?" 하며 중얼거립니다. 혹시 우리의 자녀를 사랑한다는 미명으로 행하고 있는 것들이 병수의 어머니인 홍씨와 별반 차이 없이 우리아이들의 마음에도 홍씨의 소리가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젠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매미소리보다 더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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