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성서연구원 그룹 중에 월요 공동체 모임은 가장 가족 같은 아니 이미 가족인 공동체이다. 이 모임에서 우리들은 짧게는 1~10년, 길게는 20~30년 동안 성서를 눈으로 읽고, 명상으로 읽고, 실천하는 자세로 읽으며 ‘몸으로 읽는 성서’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초 월요모임에서 안동의 명물인 ‘헛 제사밥’이 드시고 싶다는 윤명선 목사님의 엉뚱한 제안이 여행의 동기가 되어, 의성에 계시는 이균성 목사님과 배영자 회장님 댁으로 1박2일의 영성여행이 계획되었다. 우리들의 여행은 늘 재미로 시작되지만 놀면서도 많은 일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이끄심을 깨닫게 하는 그러한 여행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령의 계절에 우리 하나님께서는 필연을 우연으로 포장하여, 우리에게 감동의 선물로써 우리가 하나 되는 시간을 준비하고 계셨다.

녹음이 짙어지기 바로 직전의 여름풍경은 가물지 않은 날씨 덕분에 모든 것이 풍성하여 여행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다. 우리들은 두 대의 차로 나뉘어 생활 나눔을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였다. 먼저 멀리 안성에서 참석하시는 노성철 목사님을 모시기 위해 우리들이 그곳으로 내려갔다. 유일하게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월요일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월요 공동체에 오시는 한결 같은 목사님의 성숙한 믿음에 우리 모두 감탄하며 감사하였다. 부인이신 김순희 선생님과 함께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며,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었다.

안성을 뒤로 하고 해지기 전의 넉넉함과 느긋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알맞은 시간에 의성에 도착하였다. 이균성 목사님과 배영자 회장님께서 손수 가꾸신 앞마당에는 빨간 앵두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얼마나 정성을 드리셨는지 갖가지 야채가 마치 사랑받고 자란 꽃처럼 당당하였다. 살림의 달인이신 성효제 권사님은 마당 구석구석을 다니시며 온갖 식물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 주셨다. 김춘자 전도사님은 소녀처럼 예쁘게 채소들을 관찰하셨다. 너른 마당에서 우리들은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선물을 나누며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였다. 그리고 두 분께서 준비하신 맛있고 건강한 밥상으로 너무나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퇴임하신 이목사님께서는 신학교 시절, 어려운 사정에 있는 여학생에게 자신의 등록금을 내어주신 일이 있었다. 그런 사실조차 잊고 계셨는데, 이를 계기로 몇 십 년 후에 지금의 의성 영성의 집이 생기는 복을 누리게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직 현존에 충실하며 살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였고, 서정남 전도사님은 모든 신학생들이 이곳을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였으면 좋겠다는 말에 우리는 동감하였다.

‘헛 제사밥’으로 시작된 이번 여행의 특별한 의미는 월요 공동체 최재숙 선생님의 시아버님 49재 四十九齋에 있다. 소천되시기 얼마 전 기독교에 귀의하시어 가족이 하나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다. 우리의 여행과 우연히 시기적으로 일치되어 불교적인 49재가 예배가 되어 남은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 것이다. 김영운 목사님의 예배인도와 윤명선 목사님의 기도 그리고 노성철 목사님의 기도, 홍소윤 목사님의 성서봉독은 너무나 완벽하여 항상 준비되신 분들만이 성령의 인도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셨다. 시편 112:1~6의 할렐루야. 주님을 경외하고 주님의 계명을 크게 즐거워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고 의로운 사람은 영원히 기억된다는 말씀의 선포는 아브라함에게 주시는 복의 근원의 선포와 같이 최재숙 선생님의 가족과 우리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점심은 물론 헛 제사밥을 즐겁게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안성 건강나라에 들려 여행의 여독을 풀었다. 우리는 쾌적한 곳에서 찜질을 하며 여행의 의미를 깊이 새기었다. 그리고 김목사님의 피드백 시간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영성여행의 마무리를 하였다.

“하나님, 공동체 성서 연구를 통하여 회개와 성령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는 촉매자의 소명을 가진 우리들이 죽는 그날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신 은총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