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첫사랑, 첫경험, 첫직장, 첫월급, 첫열매…가 풍기는 이미지처럼, ‘첫’자가 들어가는 말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수반합니다. 그럼에도 올 한 해를 처음으로 여는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북한의 핵문제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저성장에 이르기까지 해결하고 청산해야 할 문제더미들이 중압감으로 우리를 짓누르며 새해의 첫 시간에로 우리를 떠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개헌 이슈는 한층 더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마냥 기대에 부풀어서 첫 발을 내디뎌도 가다보면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타성에 빠지기 쉬운 법인데 정신을 웬만큼 차리지 않고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때에 우리가 되살릴 지혜가 있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주변의 어수선한 상황이나 위기의식에 우리 자신을 함몰시키지 않고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입니다. 우리들 안에서 솟구치는 욕망에 휘둘려 자기주장만을 내세움으로써 이 사회와 나라 전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서는 되는 일이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내 욕망의 소리를 잠재우고,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우려야 합니다. 하늘의 소리를 들으려면 무엇보다도 내 안의 소리를 먼저 잠잠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입니다. 만 년 역사 속에서 남의 나라를 침범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우리 민족이면서도 ‘은근과 끈기’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민족보다 강하여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강인한 저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거기다 정이 많아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한 순간에 돌아서서 용서하는 순수함을 지닌 것이 우리 민족입니다.

수많은 전쟁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세계가 놀랄 만큼 위기에 강한 국민이 되었고 반세기 만에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1등이 세계의 1등이 된다.’는 긍지를 가질 만큼 능력자가 되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한국인이 UN 사무총장으로 등장한 것도, 우리 모두의 선진화된 국민 의식과 국력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와 함께 우리 모두가 세계를 향한 책임의식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갈등을 두려워하고 세상의 흐름에 그대로 따르려 하는 평화주의자(에니어그램 9번)의 속성을 가진 우리 국민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게을러지기 쉽고, 이것은 자칫 정치적인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리의 국민성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평화주의자로서의 ‘나태심’을 극복하여 올해는 진정으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도자를 뽑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숙명론적이고 체념하기 쉬운 우리 자신의 기질을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하여 게을러빠진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서의 평화주의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사랑,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높여서 나와 너와 우리를 동시에 살리는 한민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대변자가 되고 지도자가 될 대통령을 뽑는 막중한 행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아병적인 패거리 의식에서 벗어나 ‘대아’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를 이끌어 나아갈 비전과 추진력, 양심을 동시에 지닌 지도자를 뽑는 데에 마음을 모아주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분별력과 결단력이 배합되어 나타난 결과가 국민의 희망이 되어서, ‘의미의 정치’가 살아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국민 모두가 서로를 부추기고 지원하여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추임새를 살려서 세계의 평화를 이끌어 나아가는 중심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걱정은 아무런 힘이 되지 않습니다.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기도할 일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을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아뢰십시오.(빌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