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허탈해 하지만 그래도 새해만 되면 속은셈 치고 기대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새 소망가운데 하나로 필자는 사회복지시설 생활자들의 고통해방을 기원해 본다.

지난해에도 사회복지시설 생활자들의 인권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사건이다. 성람재단은 전국에 13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장애인과 노인과 관련한 생활시설이다. 이 재단은 전국의 시설을 운영하며 끊이지 않는 비리와 인권침해 시비가 있었고 결국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관할 관청인 종로구가 합동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발견되었으며 시정조치 32건과 6억1천9백여만원을 환수조치하고 재단 또는 시설운영을 소홀히 한 19명을 징계토록 하였으며, 또한 법인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임원 6명에 대해 ‘해임’ 및 3건의 부당한 예산집행 내용에 대하여 수사를 의뢰했다. 뿐만 아니라 의정부지방법원은 조모 전 이사장의 불법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의 문제들은 성람재단 뿐만 아니라 길게는 에바다사건을 비롯해 수없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장애인권 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이 동료의원 25명과 함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 사회복지법인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시설운영위원회가 추천한 공익이사를 이사 정수의 3분의 1이상 선임, ▲ 시설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와 시설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한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구성을 법에 명시, ▲ 시설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입퇴소권 보장 및 이의신청제도 마련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사회복지시설장들이 집단반발을 하며 시설 폐쇄, 서비스 중단 등을 공공연히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당사자 의원인 한나라당의 정화원 의원도 전면에 나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사립학교법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악법이라며 반대를 하고 나섰다. 정의원의 반대 배경은 사회복지시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비를 받아 운영하지만 초기 설립시에는 설립자의 출연 등 사적 재산이 투여된 부분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2월 11일 국가청렴위원회(위원장 정성진)가 ‘사회복지시설, 법인 운영 지원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 권고안에는 사회복지시설, 법인 운영, 제도와 관련한 제도개선방안의 내용으로 ▲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 신뢰성 제고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 법인에 대해 개방형이사제 도입방안을 검토해 추진, ▲ 법인이사가 해임명령으로 해임돼 정상적인 법인 관리가 곤란한 경우 주무관청이 임시이사를 파견해 법인 운영의 정상화 유도, ▲ 회계부정 방지를 위해 외부 회계검사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국가청렴위는 권고안의 배경과 관련해 ‘정부예산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 법인은 사회적 약자보호 등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보조금 횡령 등 회계부정과 법인 기본재산의 임의처분 등 비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청렴위원회의 권고와 관련해 정화원 의원은 12월 15일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개방형 이사제’ 도입 권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발표했다.

새해벽두부터 나라 전체를 뒤흔든 사학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계에서 불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과 관련한 첨예한 대립의 현장에서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