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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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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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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게임판 위에서 태양의 세 번째 자식인 작고 푸른 별 위에 몸 받아 태어난 이들이여, 그대들은 삶이라는 게임판 위에서 웃고 울고 찡그리고 화내고 기뻐하면서 그대들 각자가 타고난 개성의 춤을 추고 있구나. 욕망이라는 태엽을 감았다 풀기를 되풀이하면서 때로는 눈물 짓고 한숨 지으며 삶이라는 이 게임을 그만둘 생각도 하는구나. 도대체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을 통해서 내가 이루어 낼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런 개성의 옷을 입고 절뚝거리면서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가? 의문이 나거든 그대여, 더 이상 밀고 당기는 일을 그만두고, 그대의 눈물과 한숨과 웃음까지도 그만두고, 그대 자신의 몸을 빠져나가 그대 자신의 이름표를 보라. 지금까지 그대가 불려온 이름은 그대의 진정한 이름이 아닌 것, 그대가 맡고 있는 그대의 탈바가지를 살펴보라. 그것이 그대의 진정한 이름에 더 가까우니 그대가 쓰고 있는 탈바가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라. 어떤 이는 합리적인 현실주의자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남김없이 퍼주는 도우미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성취가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춤과 노래와 시로 인생을 여행하는 예술가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사상가, 철학가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충직한 일꾼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팔방미인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지도자의 가면을 쓰고, 어떤 이는 평화주의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대는 삶이라는 이 연극판의 진실에 접근한 것이다. 그대가 쓰고 있는 이 탈바가지는 그대가 통과해 가는 이번 삶에서의 여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지도와도 같은 것이지만, 그대의 탈바가지를 그대의 전부라고 오해하지는 말라. 아홉 개의 탈바가지를 번갈아 써 가면서, 그때마다 자신이 쓰고 있는 탈바가지를 자신의 전부인 양 동일시하면서, 역할극에 열중하다보면, 그대의 인생 순례는 막바지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이루고 싶은 일 때문에 한숨 짓는 그대여, 자신의 영향력을 더 크게, 더 크게 늘리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그대여, 사랑받고 싶은 열망을 채우지 못하여 늘 사랑결핍증에 시달리는 그대여, 그대가 쓰고 있는 그대의 탈바가지를 잘 살펴보라. 그대의 탈바가지는 그대의 몸에 영원히 달라붙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대가 쓰고 있는 탈바가지는 그대가 쓸 수 있는 수많은 탈바가지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 얼마든지 탈바가지를 바꿔 쓸 수 있지만, 그대여, 그대가 골라 쓰는 어떠한 탈바가지도 그대의 진정한 본모습은 아니다. 그대의 진정한 본모습은 그대가 쓸 수 있는 모든 탈바가지의 합계 또한 아니다. 세상의 모든 탈바가지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있는, 탈바가지를 쓰게 한 원천의 힘과 그대 자신이 다른 것이 아니다. 그대는 수많은 탈바가지이면서도 탈바가지 자체가 아니다. 탈바가지를 쓰고 그것이 전부인 양 연극을 하기로 약속하고 태어난 광대일 뿐, 그대의 본모습은 광대가 아니다. 광대로 변장을 하고 나타난 극작가요 감독이다. 왕궁에서 태어나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는 왕자가 지루하고 싫증이 나서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싶어 거지로 태어난 것과도 같다. 그대는 거지인 척하는 왕자인 것이지, 결코 거지가 아니다. 그대 스스로 거지가 되기로 해놓고, 정말로 거지인 것처럼 살아가는 왕자여. 그대는 왕자라고 해도 한사코 아니라고 부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판을 거둘 때가 되면 그대는 비로소 눈을 뜨리라. 그대가 거지라는 것은 그대가 맡은 역할일 뿐이었음을. 그대 다시 왕자로 돌아간다면, 예전의 철모르는 왕자와는 다른 왕자가 되리라. 그것을 위해서, 그대는 거지가 되었던 것이다. 있어도 없는 척하고, 다 갖추고도 부족한 척했던 것이다. 왕자임을 더욱 더 실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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