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문을 닫았습니다. 북한의 광명성 4호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높이자, 박근혜 정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끝장 결의 terminating resolution’를 주장하며 내놓은 극단의 조치였습니다. 마지막 카드를 거침없이 내던지는 이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중국은 한국의 제1 교역상대국입니다. 중국도 미국도 일본도, 그리고 한국도 사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정권이 주장하는 사드는 ‘선거용’이라는 것을 주변국들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 되는 안보장사와 북풍 여론 몰이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다른 때와 다른 것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 정권의 탐욕스런 행태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선거 이후 국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단적인 예입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북한보다 남한의 기업이 4-5배의 경제적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아니라 ‘자학’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적 가치를 따져보면 그 손실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며 선거 승리를 위해 이 정권은 끝장을 보려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나’입니다. 탐욕스런 정권과 정치지도자들과 기업들, 그 권력에 기대어 사는 각계의 지도자들을 보면 분노가 일어납니다. 권력에 편승한 언론, 왜곡된 여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들의 무지를 탓하며 화를 냅니다. 이 썩은 판을 뒤집어엎어야 한다며 개혁이나 혁명을 꿈꾸며 자신을 정의의 편에 세웁니다. 그렇게 나의 화나 분노는 정당화됩니다. 그런가하면 ‘다 썩었다’ 하며 등을 돌립니다. 정치 혐오가 정치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으로 이어집니다. 전자든 후자든 똑같습니다. ‘참 나’를 잃어버린 분열된 자아의 욕망과 격정이 우리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정치적 상황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 자아가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정치적 영성을 되살리고 ‘참 나’를 여기에서 실현하는 영성적 사회, 영성적 정치를 이룰 수 있을까요?

사순절입니다. 예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는 처음에 성령에 이끌려 마귀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마귀는 예수에게 경제적 풍요, 종교적 기적, 권력 쟁취의 유혹을 합니다. 그 세 가지는 그 시대 이스라엘 민중들의 현실적 바람이요 그들이 꿈꾸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할 실제적 방안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거절하셨습니다. 어떠한 풍요도, 기적도, 권력도 하나님 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세 가지 유혹은 거짓 자아가 만들어 낸 두려움과 욕망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즉, 빵과 기적과 권력은,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환상이요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거짓입니다. 이 거짓의 렌즈를 통해 하나님을 보면 하나님은 내 욕망을 채워줄 물신 物神이 됩니다. 그때에는 천하를 가져도 목마르고 허기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 빵도, 기적도, 권력도, 이미 부족함이 없는 거룩한 영적 사건이 됩니다. 빵, 기적, 권력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삶은 소유가 아닌 나눔으로써 참된 실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빵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눔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철원에서 국경선평화학교를 운영하는 정지석목사(평화학)는 ‘통일운동은 평화운동이다’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휴전선을 따라 평화지대를 만들고 평화운동을 펼칠 피스메이커(평화선교사)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대박이 아닌, 흡수가 아닌, 상생의 평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적대적 긴장과 힘으로 만들어 내는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너와 나의 참된 일치를 이루는 영적 사건이 진정한 통일을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래서 하나님 나라 운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개성공단은 다시 문을 열어야 하고, 평화지대는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것은 내 안의 분노와 증오를 자각하고 그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시작될 것입니다. 국회연설을 통해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국회와 국민을 혼내는(?) 대통령을 보면서, 또 그런 대통령을 나무라는 나 자신을 보면서, 기도하게 됩니다. “주여, 분노로부터 이 죄인과 우리 대통령을 구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