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모두가 상 받던 날


2014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행복플러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일일찻집을 열기로 했다. 부모님은 물론 이웃 어른들 후원자분들을 모시고 차와 다과를 대접하기로 했다. 손님이 오시면 청소도 해야 하고 환경정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평소 즐겁게 하던 시화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 붙였다. 더러는 아주 긴 글을 스케치북에다 쓴 친구도 있다. 값비싼 크리스마스트리는 못 만들지만 그림을 그려 벽에 붙였다. 들어오는 입구가 우리들 솜씨로 가득 메워졌다. 우리들이 보아도 보기가 참 좋았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손님들이 오셨다. 엄마 아빠가 모두 오셔서 보시면 좋은데 못 오신 부모님이 많다.
우리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한 분밖에 안 계시다. 이혼을 하셨거나 부모님 중에 한분이 일찍 돌아가신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할머니랑 사는 친구들도 있다. 간혹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센터에 나오는 친구들이 한두 명 있긴 하다. 그런 친구를 볼 땐 겉으로 표는 안내지만 완전 부럽다.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평범한 가정에서 살지 못한다는 거다. 부모님 중 한분은 일을 해야 먹고 사니까 고모나 이모, 할머니가 오신 분도 있었다. 물론 가족이 아무도 못 온 친구도 있고. 그 중에는 우리를 남모르게 후원해 주시는 분도 계신데, 그 아저씨도 오셔서 우리들 작품을 구경하셨단다.
“선생님! 의논 할 일이 있는데요.”
독서선생님이 오시자 원장선생님이 프로그램실로 오셨다.
“지난번 일일찻집 하던 날 후원자 분이 아이들 작품 걸려 있는 걸 보고 감동 받으셨나봐요. 상금을 후원할 테니 글쓰기대회를 했으면 어떠냐고 하세요.”
“어머나!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우리끼리 하는 글쓰기니까 더 좋네요.”
“그렇지요. 그럼 우리 정식으로 공고를 하면 어떨까요.”
“네, 그러지요. 주제는 ‘가족사랑’이 좋겠어요.”
“주제, 날짜, 상 종류, 심사위원, 발표 일을 만들어 게시판에 붙이지요.”
게시판을 본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상이 20만원이래.”
“대상은 내꺼야.”
“꿈 깨셔. 내가 받을 거야.”
아이들은 저마다 대상을 자기가 받을 것처럼 꿈에 부풀었다.
“선생님, 길게 써야 하나요?”
“원고지 법 틀리면 안 되지요?”
“가족 전체 아니고 한 사람 이야기만 쓰면 안 되나요?”
아이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형식에 매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써 봐. 진정성이 최고라고 생각하거든. 너무 잘 쓰려고 하면 부담되고 그냥 평소대로 쓰도록 해봐.”
독서선생님이 들떠 있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끙끙거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꼭 프로그램실에서 쓰지 않아도 돼. 집에서 생각해 와 센터에서 써도 되고, 틈틈이 생각을 해서 학교에서 써도 되고, 수요일 7시까지 제출하면 돼.”
아이들은 원고지를 몇 장씩 받아들고 구석에 가서 쓰기도 하고 프로그램 실에서 쓰기도 했다.
“선생님! 한음이하고 예린이 하고 글 쓰면서 울어요.”
“그래? 울고 싶을 때 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참기만 하면 가슴에 슬픔이 뭉치거든.”
“그래요? 선생님도 울어본 적 있어요?”
“그럼 많지, 엄마 돌아가셨을 때 제일 많이 울었어.”
“……?”
"너희들도 울고 싶을 땐 가끔 울어. 그리고 욕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낙서라도 하고. 그러면 속이 후련해 져.”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