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8세기 호세아 시대 북왕국 이스라엘은 모처럼 태평성대를 누렸습니다. 중동 일대를 호령하던 앗시리아가 불구대천의 원수 다메섹을 꺾어 놓았고, 강대국 애급과 겨루느라 이스라엘을 압박할 여력이 없게 되자, 이스라엘은 모처럼 평온을 유지하며 번영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내리시어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누리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평성대에 ‘음행’ 운운하며 재를 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언자 호세아입니다. “…이제 그들의 죄악을 기억하고, 그들의 허물을 벌하여서, 그들을 이집트로 다시 돌려보내겠다.”(호 8:13) 참으로 섬뜩한 독설입니다.

하지만 호세아의 독설에는 하나님의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백성들은 하나님을 섬긴다며 곳곳에 제단을 쌓고, 풍성한 제물로 제사를 드리기는 했으나, 정작 관심은 잿밥이었습니다. 정의의 토대가 되는 율법은 개똥 취급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보다는 가나안의 잡신이 더 좋았습니다. 열정적인 예배는 바알의 풍요제의를 그대로 복사한 것입니다. “내가 이스라엘 집에서 가증한 일을 보았나니 거기서 에브라임은 음행하였고 이스라엘은 더럽혀졌느니라”(호 6:10). 혼합종교에 대한 개탄입니다.

호세아와 동시대 예언자인 미가에 의하면 부자들은 더 부자 되기 위해 폭력과 거짓과 궤변을 일삼았습니다(미 6:12). 부자들은 풍광 좋은 곳에 여름별장 겨울별장을 짓고 호사스런 생활을 즐겼습니다. 사치 허영 쾌락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습니다. 정치와 법과 종교가 3각 고리로 유착되어 부자들에게는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밥술이나 먹는 이들은 외세에 기대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호 7:11). 시대가 바뀌어도 제 안일만 구하는 이들의 생리는 변한 게 없습니다. 제 나라에 신실하지 못한 부자와 권력자에게 외세는 일신의 안일을 도모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가 봅니다. 오늘날도 그만하면 부족할 게 없는 한국의 엘리트들이 미국에 충성을 바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한국교회를 향한 준엄한 경고가 있습니다.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이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아가 당신이냐? 아니면 다른 이를 기다려야 하느냐?’ 라고 물었을 때 예수의 대답입니다.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눈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걷고,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먹은 사람이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눅 7:22).

메시아 사건이라면 하늘이 붉게 물들고, 별들이 떨어지고, 바다가 뒤집혀 산이 되고, 산이 무너져 바다가 되고 하는 천지개벽의 사건이어야 맞습니다. 고작 눈먼 사람들이 보고, 저는 사람들이 걷고,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는 것으로 새 시대를 예증하다니,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닙니다. 세속 권력이 설쳐대는 나라는 모두 찬란한 나라, 번영하는 나라, 강한 나라, 세계 앞에 당찬 나라입니다. 놀라운 것은 오늘날 한국의 교회들은 예수께서 세례 요한에게 예증하신 나라가 아닌 세속 권력이 표방하는 나라를 더 사모하는 것입니다. 번영하는 나라가 저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나라의 번영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가 번영해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이들,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는 나라는 이미 병색이 짙은 나라입니다.

시쳇말로 ‘나라의 번영이 먼저이고 복지는 나중이다’는 논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늘 대립해왔습니다. 그것은 국적 없는 기득권 논리입니다. 호세아 시대를 통해 본 것이 그러합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세속의 번영에 편승하고, 각기 욕망에 집착하면 혼합종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미 혼합종교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회마다 예배는 열기로 뜨겁습니다. 호화로운 성전 짓는 게 자랑입니다. 세속의 번영 논리를 앞장서서 나팔 붑니다. 억압적인 승리주의가 팽배합니다. 국가 안보는 신성불가침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 설교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가난을 면하기 위한 기도는 하나님의 자비를 입을 수 있으나, 부자가 되기 위한 기도는 죄가 되기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합니다. 한국교회가 침체한다지만, 욕망의 잡신으로 뜨거운 교회는 여전히 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욕망의 사슬을 끊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머지않아 잡신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 나라에 대한 열망이 없는 교회는 참된 교회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