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은 감리교 11개 연회 중 유일하게 남부연회가 직접 사회선교를 위해 세워진 사회선교센터로서 52명의 노숙인이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자활시설 울안공동체, 쪽방주민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대전광역시쪽방상담소, 노숙인과 쪽방주민 등 의료소외계층에게 무료진료를 하는 희망진료센터,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으로 노숙인의 자활의 길을 모색하는 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 저렴한 주거지원을 통해 노숙인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울이공동체, 건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해외선교를 지향하는 해외의료봉사단체인 사단법인 세계의 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벧엘의집은 노숙자 야곱이 벧엘(하나님의 집)에서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 것처럼 이 땅에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벧엘의집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거듭나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세워진 선교기관입니다.

창세기 25장 이하에 보면 야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곱은 이삭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형, 에서의 발목을 잡고 나올 정도로 어머니 리브가의 태중에서도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리브가는 쌍둥이를 배었는데 그 둘이 태 안에서 서로 싸웠다.”고 증언합니다. 이처럼 야곱은 장자로 태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형의 발목을 잡고 태어나긴 했지만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둘째라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축복을 사기도 하고, 아버지를 속여 형 에서가 받아야할 장자의 축복을 받기도 합니다. 고대사회에서 장자의 축복은 곧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아들이건 딸이건 똑같이 유산을 상속받지만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장자에게만 모든 유산이 상속되고 둘째부터는 결혼과 동시에 독립해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야곱에게 장자에 대한 집착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야곱은 사기꾼의 기질을 발휘하여 아버지까지 속이고 형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둘째로 태어난 것이 너무 억울해 자신의 환경을 극복해보고자 장자의 축복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더 큰 화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형을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가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장자의 축복만 받으면 다 잘 될 줄 알았지만 그 장자의 축복이 고향에서조차 도망해야하는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렇듯 야곱의 인생은 철저하게 꼬인 패배자와 같았습니다. 그의 인생 전체를 보면 살기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그 때마다 일이 꼬여버리고 맙니다.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도 라헬을 아내로 맞으려고 7년간 열심히 종살이를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던 라헬이 아닌 레아를 아내로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7년을 더 일한 다음에야 사랑하던 라헬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비록 일은 꼬이고 자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를 속인 외삼촌과 대판 싸우고 그곳을 떠나겠지만 야곱은 다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7년을 기다렸습니다. 그 후 그는 다시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시 외삼촌과 불화가 생겨 그곳에서도 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비록 최선은 있지만 그 최선이 다른 이들과 갈등을 유발하는 등 상생보다는 자신의 목표만을 이루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야곱에게 하나님이 벧엘에서 아무 조건 없이 만나주신 것입니다. 그저 자기만을 위해 살던 야곱에게 하나님은 벧엘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도록 하신 것입니다. 벧엘의집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지만 자기만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벧엘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외롭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벧엘 식구들에게 선지자 이사야를 지명하여 부르신 것처럼 당신들도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부르셨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으로 실패했기에 온 것이 아니라, 집이 없어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기에 당신을 벧엘의집으로 불러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벧엘의집은 신앙으로 거듭나는 공동체,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공동체, 건강한 노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공동체, 과거를 따지지 않는 공동체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샬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