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9/2011

 

 

 

 

 

 

 

 

 

 

 

 

  성서 난해구 해설

 

“젖 뗀 어린 아이”

 

 

 

 

 

 

  시편 131 : 2

 

 

 

 





민영진 목사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현재,
대한성서공회 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yjmin@bskorea.or.kr






 


민영진 목사님께,

우리말 성경을 읽다가 보면 “젖 뗀 어린 아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머니 품에서 젖을 빨다가 성장기의 어느 한 시점에 이르면 이유기 離乳期를 맞이하게 되지요. 이유식 離乳食을 먹게 되고 이제는 젖이 아닌 밥을 먹으면서 점점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말 성경 시편을 읽다가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읽을 때마다 걸립니다.


개역 시 131:2
실로 내가 내 심령으로 고요하고 평온케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 어미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중심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개정 시 131:2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표준새번역 시 131:2
오히려,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젖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이,
내 영혼도 젖뗀 아이와 같습니다.

공역 시편 131:2
차라리 내 마음 차분히 가라앉혀,
젖 떨어진 어린 아기, 어미 품에 안긴 듯이
내 마음 평온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젖 뗀 어린 아이는 결코 정서적으로 “고요하거나 평온하지” 못합니다. 젖을 떼게 하려고 부모들이 엄마 젖에 쓴 것을 바른다든지, 다른 어떤 수단으로 젖을 못 먹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젖 뗀 아이가 왜 어미 품에 안겨 있습니까? 물론 이유기를 지나고 큰 다음에도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서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평온하고 고요함”을 “젖 뗀 아이가 그 어미 품에 안겨 있음 같다”고 한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아직 이유기에 들어서기 전에 어린 아이가 엄마 젖을 실컷 먹고 만족한 상태에서 엄마 품에 안긴 모습에서 “고요함”과 “평온함”의 절정을 봅니다. 성경은 왜 우리 경험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백주년기념교회 김소일





김소일 님께,

퍽 오래 전에 제게 하신 질문이지요? 진작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렇게 늦는 데는 늘 변명이 있기 마련이지요. 연구를 좀 더 해본 다음에 말씀드린다고요. 그 동안 저는 히브리어 원문을 번역한 여러 영어 번역을 보면서 김소일 님이 제기하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김소일 님께서는 히브리어 원문이 어떻고 저렇고를 떠나서, 이런 표현이 우리의 일상 경험과 배치된다는 중요한 점을 참 잘도 지적해 주셨습니다. 같은 인생인데 히브리인이 한국인과 다를 것이 무엇이며, 지구 위에 사는 다른 인종이면 다 같은 사람살이인데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소일 님의 생각이 옳습니다. “젖 뗀 아이”라고 한 번역은 우리말 번역이든 라틴어 번역이든, 영어나 독일어나 불어 번역이든 다 히브리어 본문을 문자대로 직역한 결과 원문의 뜻이 번역 과정에서 왜곡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은 영어의 여러 번역과 그 궤적 軌跡을 같이합니다. 한 번 보실래요? 영어개역, 영어표준, 유대교번역, 흠정역 등이 모두 “젖 뗀 아이”와 평온함을 연결시키고 있지요.

ERV Psalm 131:2 Surely I have stilled and quieted my soul; like a weaned child with his mother, my soul is with me like a weaned child.

ESV Psalm 131:2 But I have calmed and quieted my soul, like a weaned child with its mother; like a weaned child is my soul within me.

JPS Psalm 131:2 Surely I have stilled and quieted my soul; like a weaned child with his mother; my soul is with me like a weaned child.

KJV Psalm 131:2 Surely I have behaved and quieted myself, as a child that is weaned of his mother: my soul is even as a weaned child.

실제의 뜻은 젖을 먹을 만큼 충분히 먹고, 엄마의 젖꼭지를 이젠 놓고, 엄마의 가슴에서, 무릎에서, 팔에 안겨, 곧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기초영어번역, 유대기독교번역, 새영어번역 등 현대어 번역에는 이것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BBE Psalm 131:2 See, I have made my soul calm and quiet, like a child on its mother's breast; my soul is like a child on its mother's breast.

CJB Psalm 131:2 No, I keep myself calm and quiet, like a little child on its mother's lap- I keep myself like a little child.

NET Psalm 131:2 Indeed I am composed and quiet, like a young child carried by its mother; I am content like the young child I carry.

김소일 님, 고맙습니다. 아마 성경 번역자들이 이런 문제 제기를 본다면 아마 개정이나 새 번역 과정에서 김소일 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민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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