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11

 

 

 

 

 

 

 

 

 

 

 

 

  오늘을 바라보며

 

백설기와 오미자차

 

 

 

 

 

 

 

 

 

 

 





안미영


목사
정다운교회
기독여성살림문화원이사장
thyhope@hanmail.net






 


지난 7월 초, 내가 목사안수 받은 ‘한국기독교대학 신학대학원 협의회’(한기신협)에서 11번째 연차대회를 평택대학교에서 열었다. 내가 속한 서울지회는 폐회예배를 맡았고, 나는 성만찬 집례를 맡았다. 우리는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다.

먼저 의논한 것은 의상이었다. 지금까지는 가운을 입고 예배를 드렸으므로, 당연히 목사 가운을 입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나왔다. 설교를 맡은 나이든 여성 목사님이 자기는 가운이 무거워서 가져가기가 힘들다면서, 투피스를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의식과 그 의식을 따를 수 없는 현실 상황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당혹스런 상황에서 우리는 고민했다. 여러 의견 중에, 가운은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면도 있으니, 가운을 입지 않는 것도 성만찬 예배의 한 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기신협의 목표인 “새시대, 새교회, 새목회”에도 어울린다고 했다. 의논은 가운을 입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나는 모시 한복을 입고, 다른 분들은 흰 상의에 스톨만 하기로 했다.

두 번째 의논은 빵과 포도주를 쓰는 일이었다. 한복을 입을 것이니, 빵 대신 백설기를, 포도주 대신 여름에 잘 마시는 오미자차를 준비하고, 음악도 국악 CD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결정하였으나, 나는 좀 걱정이 되었다. 여성예배에서는 떡이나 차로 성만찬을 드리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예배경험이 없는 이도 있을지도 모르는, 전국에서 모인 백여 명이 넘는 여성,남성 목사님들과 함께 새로운 성만찬예배를 시도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잘못하면 교회전통을 무시하고, 예배를 소홀히 한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인가는 이런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제주도 여행에서 들은 제주도 조상 할머니가 한 일을 기억하면서 나를 격려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사 때 차리는 음식이 집집마다 다르단다. 조금 여유가 있는 집은 음식 가지 수가 많고, 가난한 집은 빵과 두부 부침, 그리고 옥돔을 구어 놓으면 된단다. 제주도 여성들은 대부분 바다에서 일하기 때문에 고단한 몸으로 제사지내기가 힘든 것을 생각해서 조상 할머니 중에 한분이 그렇게 하자고 했고, 그 뒤로 제사 음식이 간단해졌단다. 나는 그 말을 들은 뒤, 늘 그 할머니를 감탄하며 존경하고 있다. 얼마나 용감하고 현명한 할머니인가! 그리고 그 할머니 말을 따른 제주도 어머니들 역시 얼마나 슬기로운 사람들인가!

예배를 위해서 우리들은 각자가 받은 달란트대로 일을 나누어 준비했다. 기도문을 만들고, 성서 구절을 고르고, 순서를 정해서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다. 금식기도를 하면서 떡을 맞추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은 보충하면서 하나가 되어 일했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보기 좋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지, 공동체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크신 능력을 놀랍게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더 많은 수고가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예배순서를 되풀이해서 연습했다.

폐회 예배 때, 사회를 맡은 남성 목사님은 양복에 스톨만 두르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예배에 성령께서 함께하셨다. 은은한 국악 선율은 어느 찬송가 못지않게 우리 심령을 어루만졌다. 예수님이 우리를 찾아오셔서, 백설기와 오미자차를 함께 드시면서 유쾌하게 당신의 몸을 나누어 주셨으리라 믿는다. 우리 것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예배를 드리는 동안 우리는 즐겁고 흐뭇했다.

“예배문 한 부 주실 수 있어요?” “모시 치마저고리가 그렇게 멋있는 옷인지 몰랐어요.” “반주가 참 감동적이예요.” “백설기와 오미자차 너무 잘 어울려요.”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들이 내게 해준 말이다. 참으로 특별하고 은혜로운 예배였다고, 받은 감동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도 했다.

우리 옷을 입고, 우리 떡과 우리 차로, 우리 노래로 찬양하면서, 진정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성서문자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우리 삶속에 함께 어울려 사시는 하느님을 우리가 사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잘하는 것도 있고, 실수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믿음의 경험들은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할 것이고, 하느님이 주시는 풍성한 삶속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계속되어서, 우리 삶속에 있는 하느님의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이, 더 환하게 세상에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152-815 서울 구로구 개봉3동 341-21 2층   Tel 02)312-6803, Fax 02)374-7277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