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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눔

깨어 있어라!

	마태복음 25 : 1-13 * 나에게 있어 ‘깨어 있어라’는 심판과 연결된 말씀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준비한 기름을 나눠주다가 너도 죽고 나도 죽게 된다. 준비한 기름을 나눠 주는 것은 인심을 사려는 허위의식일 뿐이며 준비한 기름을 주지 말고 챙겨야 깨어있는 것이다. * 슬기로운 처녀들에게는 여분의 기름이 있었다. 이것이 날마다 순간마다 깨어 사는 것이다. 단호하시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이 두렵기까지 하다. 죽기 전에 예수님 영접하면 천국 간다고 하는데 깨어서 영접하느냐와 다르지 않을까. * 여분으로 준비했다하더라도 평상시처럼 단호히 거절 못하고 나눠줄 것 같다. 의식이 깨어있지 않은가 보다. * 등불은 있는데 기름이 없다는 것은 겉은 멀쩡한 데 속은 아무것도 없는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혜로운 처녀들은 끝까지 냉정하게 거절했는데 이는 분별력 있는 삶과 연결되는 것이며 분별력 없는 삶은 곧 기름 없는 삶과 같은 것이다. * 나누어 주는 것이 서로 손해 보는 것일 때 단호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이는 자기자각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기자각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처녀 열 사람은 똑같이 기다렸는데 다섯 처녀는 기름이 다 떨어지고 다른 다섯 처녀는 여분의 기름 때문에 등불을 밝힐 수 있었다. 신앙생활은 내시간이 아니라 그분의 시간 안에서 살아야 하므로 그분의 시간을 위하여 여분의 준비를 해야 한다. ** 깨어있다는 것과 심판을 연결시켜 생각해야한다. 심판하면 최후의 심판만 떠올리고 현재 속에서 어떤 무게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심판은 헬라어로 크리시스, 로마자로 표기하면 krisis, 영어로 crisis이다. 위기crisis는 현재 속에 있는 심판이다. 지혜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현재 속에서 역사를 의식하고 심판을 의식하라고 선인들은 말한다. 우리가 오늘 여기서 역사를 의식하고 심판을 의식한다면, 우리의 말과 행동이 몰래카메라로 찍혀지고 있다면 일상의 생활에서 허튼짓, 허튼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위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심판받고 통과되는 것인가, 아닌가?, 천국 가는 것인가, 아닌가?’ 의 갈림길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며 야누스처럼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스 웨버에 의하면 깨어있는 것은 위기의식을 갖는 것으로 현재 순간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보는 것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깨어 있다는 것은 종교적 차원에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노는 것, 일하는 것, 공부하는 것 등 삶의 전폭에서 나타난다. 깨어 있는 사람은 눈이 빛나고 생기가 있다. 놀 때도 눈이 반짝이는 사람은 노는 것도 신나고 활기 있고 몸이 재고 생기가 있다. 이런 사람은 일을 할 때도 눈이 반짝반짝하다. 눈이 반짝이는 사람은 하루를 신나게 활기차게 산다. 눈빛이 반짝이지 않는 사람은 하루가 지루하다. 지루하다고 느끼는데 시간은 빨리 가고 세월도 빨리 간다. 이것이 시간의 역설이다. 바쁘고 신나게 사는 사람은 하루가 길다. 질적으로 가득 찬 삶을 살 수 있다. 죽음 앞에서 영접하는 것은 산 사람이 위로 받기위해서다. 죽어서 천당 가느냐, 지옥 가느냐는 산 사람의 관심일 뿐이다. 지금 여기서 천당을 사느냐, 지옥을 사느냐가 문제다. 깨어있는 것이 생명이다. 깨어 있는 의식이 없는 삶은 죽지 못해 사는 것과 같다. 살아있다는 이름은 있지만 실상은 죽은 삶이다. 성서에서 ‘깨어라’ ‘잠자는 자 가운데서 일어나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어나라’는 동의어로 쓰인다. 늘 깨어 있는 것은 조금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깨어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종말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 ‘늘 깨어 있어라’ 하셨다. 사람들이 깨어 있다, 잠잤다하기 때문에 ‘늘’ 깨어 있어라 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매불망하고 노심초사 생각하면 꿈에서도 생시처럼 보고 그 음성을 듣는다. 잠을 자면서도 생각하고 느낀다. 깨어 있다는 것 역시 공간, 시간을 꿰뚫어 뛰어넘는 것이다. 그래서 동굴, 골방에서도 세상을 훤히 내다본다. 검도 도사는 뒤에서 오는 칼도 막는다. 캄캄한 밤에 고층 건물 사이에 있는 줄을 감각만으로 탈 수 있음을 보여준 줄타기 명수도 있고 10층 높이의 좁은 원통 위에서 36시간을 서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의식이 깨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사람만이 깨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한 것이다. 자기의 눈빛을 점검해 보자. 날마다 아침에 자신의 눈에 힘이 있는지, 빛이 있는지, 눈동자에 생기가 있는지 살펴보자. 눈빛은 깨어 있느냐의 바로미터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열 처녀의 비유를 보자. 졸음이 오면 자고, 피곤하면 쉬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특별한 사람이 특별하게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얼마만큼 깨어 있는가 하는 것은 평소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깨어 있는 것은 늘 삶의 상황에 대해 용의주도하게 깨어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의식으로 늘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살피다보면 경험이 쌓이고 아는 것,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사는 사람은 의식이 젊다. 나이가 많아도 젊은이다. 여분의 기름을 준비했다는 것은 남들이 사는 의식을 기본으로 갖고 있으면서 남들보다 더 활짝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믿음은 어떻게 삶과 이어지는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역사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사회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믿음 있다 하심은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맺으셨다는 것이다. 나 혼자 믿고 나 혼자 천당 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미신이다. 하나님을 믿는다. 그러나 나는 자연, 역사, 사회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미신이다. 이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하나님이 근심하는 사람과 세상에 대해 같이 근심하는 것이다. 믿음은 관계다. 깨어있는 의식이 믿음과 하나 되는 것이다. 자녀들이 놀 때 반짝이는 눈으로 살도록 도와주면 공부할 때도 그렇게 된다. 깨어 있을 때 멍청하게 살았던 사람은 잠도 깊이 못 잔다. 평소에 깨어 살면 쉴 때도 온전한 쉼이 있다.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느끼는 것이 그 비결이다. 함께 계심을 느끼는 수련을 하는 사람만이 깨어 있을 수 있다. 생기 넘치는 삶을 살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만끽하는 삶이 가능해진다.
	2005-11-02 09:44:07 / 59.187.237.176